김경문 신임 감독 기자회견 |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공석이던 야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결국 김경문(61) 전 NC 다이노스 감독이 올랐다.
김경문 감독은 일찌감치 차기 감독 1순위로 거론됐다.
일각에서는 김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대한 부담감, 전임 선동열(56) 감독에 대한 미안함 등으로 고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대표팀 감독이 어려운 자리라고 피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욕먹을 각오를 하고 수락했다"며 비장한 취임 소감을 밝혔다.
흔히 축구대표팀 감독을 '독이 든 성배'라고 비유한다.
하지만, 야구대표팀 감독은 언제부턴가 '잘해야 본전'인 자리가 됐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는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우승이 '그리 어렵지 않은 금메달'로까지 폄하됐다.
정운찬 KBO 총재마저 대표팀을 감싸지 않아 선동열 감독이 물러나게 했다.
야구인 입장에서 대표팀 감독은 절대 쉬운 자리가 아니다.
11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 9전 9승으로 금메달을 딴 김경문 감독도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야구대표팀 |
당시에도 선수 선발 과정과 감독의 전술에 비판이 일었다.
두산 베어스 감독을 겸했던 김 감독은 전반기 다승 1위를 달리던 KIA 타이거즈 에이스 윤석민 대신 스무살의 임태훈을 대표팀 명단에 포함해 여론이 폭발했다.
비난이 커지자 올림픽 개막 사흘 전에야 임태훈을 윤석민으로 교체했다.
또 앞서 열린 아시아예선전에서 대만전에 류현진과 박찬호를 몽땅 투입하면서 일본전을 사실상 포기하는 전략도 논란이 됐다.
올림픽 본선에서는 김 감독이 믿었던 마무리 한기주가 무너져 매 경기 살얼음판을 디뎠지만, 금메달을 따고 나자 모든 것이 '베이징 신화'로 남았다.
야구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가 그렇다. 과정부터 결과까지 완벽한 우승은 있을 수 없다.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면서 목표로 나아가는 것이다.
도쿄올림픽 가는 길은 베이징보다 훨씬 힘든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올림픽 때는 류현진과 김광현이 막강 '원투 펀치'로 나섰고 윤석민이 전천후 불펜투수로 마운드를 지켰다.
타석에서는 이승엽과 이대호, 김동주, 정근우, 이용규, 이진영 등이 눈부신 활약을 했다.
선동열 감독 사퇴 |
하지만 현재 대표팀 전력은 당시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게 중론이다.
주최국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 중남미팀들이 국제대회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만만한 상대가 한 팀도 없다.
김경문 감독은 "아시안게임 경기를 다 봤는데 가슴이 짠했다"고 했다. "선동열 감독의 마음은 감독을 해보지 않으면 못 느낄 정도로 아주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경문 감독은 다시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정운찬 총재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으나 결과에 대한 책임은 결국 감독이 져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렇기에 한국야구의 위기 상황에서 총대를 멘 김경문 감독의 결단이 더욱 비장하게 느껴진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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