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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N딥:풀이]③ '아듀' 변영주 "'방구석1열'로 폭넓은 사랑받아…복귀 생각도"(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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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변영주 감독 / 사진제공=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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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정유진 기자 = JTBC '방구석 1열' 김미연PD는 뉴스1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두 달간 잠을 못 잤다며 머리를 감쌌다. 변영주 감독은 준비 중인 영화 '조명가게' 프리 프로덕션에 집중하기 위해 프로그램에서 빠지기로 했다. 인터뷰 당시는 이미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변영주 감독이 빠진 상태에서 한 차례 촬영까지 마친 후였다. 윤종신과 장성규 아나운서는 변영주 감독이 없는 첫 촬영에 대해 "빈 자리가 느껴졌다"며 아쉬움을 가득 내비쳤다.

정작 윤종신 및 장성규 아나운서를 아쉽게 만들고 김미연 PD의 밤잠을 빼앗아간 변 감독은 인터뷰 내내 태연하게,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할 사람처럼 굴었다. ''007 시리즈'와 냉전 시대 이후 빌런'을 주제로 다뤄보고 싶다'거나 '봉준호 최동훈 감독은 꼭 나와야 한다'면서. 자신도 모르게 '방구석 1열'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걱정하는, 개국공신다운 모습이었다.

변영주 감독은 '방구석1열'이 첫 테이프를 끊은 이래 가장 공격적인 포지션에서 풍부한 얘깃거리를 만들어왔다. 현직 영화 감독으로서 영화적인 지식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이를 사회적인 다른 주제로 연결시켜 깊이있는 대화를 이끌 수 있는 교양에 유머까지 가득한 출연자다.

하지만 풍성한 대화는 거저 나온 것이 아니었다. 변 감독은 녹화날이 있는 주는 그주 주제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할지 관련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 등 강박적으로 공부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이 준비 중인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다며 홀가분한 미소를 짓는 그는 다시 방송을 하게 된다면 '방구석1열'이 될 것이라 약속했다. 김미연PD와 '방구석1열' 식구들 뿐 아니라 아마도 시청자들까지 그가 약속을 지켜주기를 바라고 기다릴 것이다.

<[N딥:풀이]②에 이어>

-주변 가까운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윤종신) 가족과 주변인들이 좋아해준다. 아내(테니스 선수 출신 전미라)와 '4등'을 함께 봤는데 아내가 거의 오열을 했다. 어릴 때 때로 맞으면서 운동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 거다. 덜덜 떠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자신의 트라우마와 아픔이 떠오른 거다. ('4등'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이 참 말랑말랑하지 않다. 대단한 감독이다.

▶(김미연) 보통 녹화 후에 우리끼리 밥이나 술을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거기서 아이디어도 정말 많이 나오는데, 영화 이야기뿐만 아니라 영화에 얽힌 세상 이야기를 많이 한다.

▶(윤종신) 세상 얘기를 많이 한다. 사실 '방구석1열'은 영화를 빙자한 사는 얘기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나는 그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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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연 PD / 사진제공=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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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하고 경계하는 포인트가 있나.

▶(김미연) 초반에 생긴 것인데 천만영화를 다루는 것을 조심한다. 프로그램 초반에 PD로서는 빨리 자리를 잡고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방송 시간대가 실험적인 시간대이기도 했다. 이 시간에 TV를 안 보던 사람도 볼 수 있게 하고 싶어서 욕심도 났다.

▶(윤종신) 제일 '후진' 프로그램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특정 타깃없이 그냥 다수가 봤으면 하는 건 어이없는 기획일 수도 있다. 영화로 예를 들자면 그냥 다수가 봤으면 하고 2시간 훅 가게 하는 영화가 있는데 그것도 엄청난 노하우이지만.

▶(변영주) 아유, 그거는 정말 엄청난 재능이다. (웃음)

▶(윤종신) 그런데 그런 영화는 끝나고 이야기할 게 없다는 거다. '재밌네'하고 끝. 그런 영화는 굳이 '방구석1열'에서 다룰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영화를 보는 것이 놀이공원에 가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어야 하지 않겠나. 우리나라에는 화두를 던지는 영화 층이 얇다고 생각한다. 내 목표는 '감독이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 킬링 타임이 아니라, 뭔가를 가지고 극장 밖을 나오는 영화를 보는 시장이 더욱 커졌으면 한다. 그것이 건강한 엔터테인먼트 문화가 된다고 생각한다.

▶(변영주)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윤종신은 훨씬 더 마이너한 사람이다. 윤종신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내가 '아니야! 다수가 즐기는 문화가 산업을 발전시키는 거야'라고 하곤 한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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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 / 사진제공=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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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말미에 짧게 나마 독립영화들을 소개한다. PD가 꼭 지키고 싶은 코너인 것 같다.

▶(김미연) '전체관람가'부터 '방구석1열'까지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다. 나는 '전체관람가'의 감독들로부터 독립영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영화 발전에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알게 됐다.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자체가 지금까지 안 했을 뿐이지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려움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많이 하고 싶은데, 조금밖에 할애를 못 하는 것이 죄송할 뿐이다.

▶(변영주) 참 할 이야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다. 이런 영화로 무슨 이야기를 해? 싶은 영화도 할 이야기가 많다. 예컨대 '007시리즈'는 냉전 시대 이후 빌런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악당을 다루면서 사람들의 공포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인터스텔라'는 황사 문제가 없던 시절이면 그렇게 흥행하지 않았을 거다. 자연 재앙에 대한 공포심이 있었고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대중적인 영화도 필연적으로 바로 지금 당대의 이야기를 그린다고 생각한다. 진지한 영화 뿐만 아니라 가벼운 영화라고 하더라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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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규 아나운서 / 사진제공=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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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뿌듯한가.

▶(윤종신) 방구석 1열'에서 소개한 영화 봤다고 할 때. '마당을 나온 암탉'을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보지 않나.

▶(변영주) 나도 마찬가지다. 우리 아버지는 '명량'을 보시고 '너는 저런 영화 안 만드냐'고 하시기도 했다. (웃음) '액션신을 보면 멀미가 나서요'라고 답했다.

▶(장성규) 나도 우리가 소개한 영화를 봤다고 할 때 뿌듯하다. 또 기억에 나는 게 '장성규의 말도 안 되는 개그에 피식 웃었다. 자존심 상한다'는 댓글이었다. 웃었다고 자존심 상하는 분들의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 (웃음)

▶(변영주) 맞아. 요즘 이상하게 네가 하는 게 웃기다.

-개봉일 연결 고리 등 장성규 아나운서의 이야기는 대체로 대본에 있는 것인가.

▶(장성규) 처음에는 개봉일 조사하는 것을 내가 했는데 이제는 작가진들이 도와줘서 같이 찾는다. (웃음) 날짜 담당 작가가 있다.

▶(김미연) 선택은 장성규 아나운서의 몫이다. 방송에 등장하는 수첩은 절대 우리가 준비해준 것이 아니다. 본인이 다 준비해오는 것으로 방송하는 것이다.

-각자 '방구석1열'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말해달라. 변영주 감독은 이제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데.

▶(변영주) 내 입장에서는 내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 영화와 상관없는 영화를 보지 않아도 될 자유가 이렇게 편하다는 걸 깨달았다. 내게 도움이 될 영화만 볼 수 있는 이기적인 영화 보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웃음) '방구석 1열'을 하면서 좋았던 것은 내가 즐거웠다는 거다. 안 좋아했던 영화를 다시 보고 매력을 알게 되고, 윤종신씨의 말처럼 '수용성'이 되는 것도 좋았다. 또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폭넓은 팬층이랄까. (웃음) 보통 남자들이나 주부들이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방구석 1열'을 하고 난 후에는 많이 좋아해주시더라. 그동안 내가 사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감독으로 알려졌었는데, 다른 사람으로도 보이는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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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주 감독,/ 사진제공=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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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출을 마친 후 돌아올 생각도 있나.

▶(변영주) 이 프로그램이 오래 갔으면 좋겠다. 내가 영화를 잘 끝내고 여전히 '방구석1열'이 있다면 복귀할 생각도 있다. 정치적인 발언을 재미있게 하다 보니 그쪽에서 섭외가 오긴 하는데 내가 TV 출연을 다시 한다면 '방구석 1열' 외에는 별로 생각을 안 할 것 같다.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주제도 말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방구석1열'을 시작할 때보다 지금 더 영화를 좋아하게 됐다. 그게 기쁘고 고맙다.

-김미연 PD는 프로그램을 유지해야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 아닌가.

▶(김미연) 열심히 살림 잘 꾸려갈테니 다시 와달라. 변영주 감독님이 그만둔다고 한 두 달 전부터 잠을 못 잤다. 대체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감독님처럼 A, B, C 모든 면을 다 갖춘 사람이 없었다. 좌절하고 고민할 때가 있었다. 그때 내게 남은 재산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윤종신 선배나, 주성철(씨네21) 편집장 등 영화계에서 보석같은 분들이 이미 우리 프로그램을 잘 채워주고 계신다. 바보처럼 감독님 자리를 메워줄 사람을 찾지 말고,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해가는 것이 우리의 방향이 아닐까. 변 감독님은 돌아오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그때까지 좋은 이야기를 하고 있겠다.

▶(변영주) 참고로 내가 2010년에 한 출판사와 책 계약 약속을 했는데, 아직 안 썼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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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 / 사진제공=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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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씨에게 '방구석1열'은 어떤 프로그램인가.

▶(윤종신) 거의 유일하게 즐기면서 녹화장에 가는 프로그램이다. 또 어떤 이야기를 듣고,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되게 궁금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이야기라는 큰 카테고리 밑에 영화가 있다. 노래도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저 같이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즐기면서 일하는 프로그램이다.

▶(장성규) 지금도 그렇지만, 정말 두분의 이런 이야기를 어디서 듣겠나. 나는 녹화하러 갈 때마다 제가 들은 그 어떤 강의보다, 너무 고급스러운 말씀들, 제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내가 교회에 다니는 사람인데, 나에게는 혜민스님 같은 프로그램이다. (일동 웃음) 앞으로도 계속 배우고 싶다.

-김미연 PD는 연출자로서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가.

▶(김미연) 지금의 이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저희가 초반에 낮은 시청률로 시작했고, 지금은 2019년 되고 나서 2%를 넘고 있다. 아까 언급한 천만 영화 이야기를 자세히 하자면, 흥행 영화를 다루면 시청률이 조금은 더 나온다. 낯선 영화를 하면 시청률은 조금 낮아져도 기본적으로 유지되는 시청자가 있다. 그분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애정해주는 분들이다. 선정 영화나 게스트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항상 이 프로그램과 영화를 사랑해주는 분들이 찾아보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목표다. 콘텐츠와 재미 그리고 의미를 잡는 게 우리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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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규 아나운서, 변영주 감독, 김미연 PD, 윤종신(왼쪽부터) / 사진제공=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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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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