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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더 노력하고 겸손하게 준비해야죠."
감격적인 스페인 라리가 데뷔전을 치른 흥분이 가시기 전이었지만, 미드필더 백승호(22, 지로나FC)는 차분했다. 소속팀 지로나아 안방 몬틸리비에서 FC바르셀로나에 0-2로 패한 상황이었으니 개인의 성취에 빠져들 상황이 아니기도 했다.
백승호에겐 분명 운명적이고, 역사적인 데뷔였다. 2010년 스페인으로 건너가 FC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 입단한 백승호는 9년의 시간을 스페인에서 보냈고, 마침내 한국인 6호 라리가 선수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오래 기다리고,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만큼 백승호의 프로 1군 데뷔는 특별하게 이뤄졌다. 지난 1월 10일 새벽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2018-19 스페인 코파델레이 16강 1차전에 선발 출전한 백승호는 25일 새벽 레알 마드리드와 코파 델레이 8강 1차전 원정 경기에 후반 14분 교체 투입됐다. 라리가에서는 28일 새벽 FC바르셀로나와 홈 경기에 후반 41분 출격 명령을 받았다.
흔히 말하는 라리가의 '삼대장'을 차례로 만났다. 특히 바르셀로나는 백승호가 인판틸, 후베닐, 바르사B 등 성장 단계를 밟아온 '친정'이다. 백승호는 바르사B 소속으로 프로 데뷔를 했다. 루이스 엔리케 전 감독 시절 1군 훈련에도 여러차례 소집되었으나 경기 외적 문제로 1군 데뷔는 불발됐다. 백승호는 출전 기회를 찾아 2017년 여름 지로나로 이적했고, 2018년 지로나 1군에 호출됐으며, 2019년 지로나 1군 선수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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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두 번의 코파 델레이 경기를 뛰었으나 본 무대인 라리가에 첫 발자국을 남긴 것은 백승호에게 남다른 의미다. 후배 이강인이 발렌시아 소속으로 먼저 라리가 데뷔전을 치르며 백승호는 한국인 6호 라리가 선수로 기록됐다.
바르셀로나전을 마치고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백승호는 "너무 힘든 시간들이 많았는데, 그래도 잘 참고 열심히 하다보니까 이렇게 데뷔하게된 것 같아요"라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어떤 것도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백승호는 바르사에서 디렉터와 에이전트 간 오해, 부상, 지로나 입성 후 비유럽 쿼터 문제 등의 불운을 겪었다. 2017년 FIFA U-20 월드컵에도 대회 직전 부상으로 본 무대에 최고의 컨디션으로 임하지 못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도 부상을 당했다.
백승호는 데뷔에 들뜨기 보다 향후 지속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지난 경험을 통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앞으로 더 노력하고 겸손하게 준비해야죠." 백승호의 소감은 담담했다.
백승호에게 바르셀로나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 팀이다. 지로나는 후반 6분 수비수 베르나르도 에스피노사가 퇴장 당해 수적 열세의 상황에서 경기를 했다. 백승호의 라리가 데뷔가 또 연기되는지 우려됐으나 에우세비오 사크리스탄 지로나 감독은 백승호를 세 번째 투입 선수로 택했다. 에우세비오 감독도 바르셀로나 선수 출신이자 바르사B팀 감독 출신이다. 백승호를 잘 알고, 바르사도 잘 아는 감독이다. 에우세비오 감독은 바르사전이 백승호의 운명이라는 것을 안다.
백승호도 "바르셀로나, 친정팀 상대로 데뷔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드네요"라며 입을 열었다. "거기서 많은것도 배우고, 힘든시간들도 많았다"는 백승호는 바르셀로나에서 기량적으로나 전술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장했다. 후반 추가시간을 포함해 10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측면과 공수를 오가며 부지런히 뛰었다. 의미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
백승호는 "조금 더 오래뛰고 싶었는데 그래도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리그 데뷔해서 기쁘고 좋았어요"라며 주어진 기회에 감사했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어떻게 하냐에 따라 계속해서 바르셀로나와 경기하고, 라리가 경기를 누빌 기회는 찾아온다.
후반 추가 시간 백승호는 수비에 적극 가담하며 리오넬 메시의 현란한 드리블 돌파를 압박했다. 뒤쫓아 가면서 근거리에서 목도했다. 백승호는 당시 장면을 돌아보며 "메시는 운동때도 봤지만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만들더라"고 했다.
백승호도 앞서 레알 마드리드와 코파 델레이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현란한 드리블로 압박을 풀어내고 스루패스를 연결해 탄성을 자아냈다. 자신이 보여준 장면에 대해선 평소의 그처럼 겸손하게 대응했다.
"마드리드전때는 최대한 팀에 도움되려고 집중해서 하다보니까 괜찮은 플레이가 나왔던 것 같아요."
시련이 백승호를 성장시켰다. 갑작스레 선발 기회를 얻은 아틀레티코전은 설익었지만, 레알전에 본인의 강점을 보여줬고, 바르사전에 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한 발, 한 발 앞으로 가고 있다. 묵묵히 기본에 충실하고 있다. 경기장 안팎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줄 아는 백승호는 더 이상 어린 유망주가 아니다. 이제 한국 축구의 현재가 되고 있는 백승호는 2월 1일 새벽 5시 30분 킥오프하는 레알 마드리드와 코파 델레이 8강 2차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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