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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박항서 감독이 직접 밝힌 3가지 키워드 #아시안컵 #박항서 열풍 #이영진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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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 아부다비 공항에서 꽝하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부다비 | 도영인기자



[아부다비=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2019 아시안컵에서도 ‘박항서 매직’은 최고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아시아의 변방에 지나지 않았던 베트남은 12년만에 출전한 아시안컵에서 기적처럼 8강에 올라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 중심에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항서 감독(60)이 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이제 한국 축구팬들에게는 ‘우리팀’으로 불릴 정도로 애정이 깊다. 베트남 대표팀이 8강에서 탈락한 뒤 대회 장소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떠나기 전 아부다비 국제공항에서 박 감독을 만나 아시안컵에 대한 솔직한 소회를 들어봤다.

◇“스즈키컵 우승 후유증 우려했는데…”
베트남에 아시안컵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베트남은 지난해 10월 소집 이후 4개월여간 대장정을 소화했다. 스즈키컵(동남아시아선수권대회)이 홈앤드 어웨이 방식이라 장거리 이동도 많았다. 베트남은 지난해 11~12월 열린 스즈키컵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10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우승의 기쁨도 잠시, 더 큰 대회인 아시안컵이 목전에 기다리고 있었다. 베트남은 지난달 중순 스즈키컵이 막을 내린 뒤 짧은 휴가를 가긴 뒤 곧바로 카타르로 이동해 아시안컵을 대비한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박 감독은 “일단 아시안컵을 앞두고 스즈키컵 멤버들이 거의 그대로 왔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우승 직후라 동기유발이 부족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했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2차례 리드를 잡고도 이라크에게 2-3 역전패를 당하면서 출발이 좋지 않았다. 2차전 이란전에서도 전력차를 극복하지 못한 채 0-2로 완패했다. 하지만 3차전 예멘전에서 2-0 승리를 거둔 뒤 경고 2개 차이로 16강 막차를 타면서 팀 분위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극적으로 16강에 올라간 것이 컸다. 그때 사기가 많이 올라갔다”고 밝혔다. 그는 8강 일본전 패배에 대해서는 담담하게 “사실 전력이 안되지 않나.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한 것에 대해 좋게 평가해준 것이 고마울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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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아시안컵 16강전 공식 기자회견을 앞두고 UAE 두바이 알 막툼 경기장에서 한국 취재진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두바이 | 도영인기자


◇ “왜 박항서에게 열광하냐고?”
2017년 10월 박 감독이 베트남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뒤 출전하는 대회마다 호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초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U-23 챔피언십 결승진출을 시작으로 여름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준결승에 올랐다. 최근 참가한 아시안컵에서 동남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8강 무대를 밟았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박항서호’가 역사를 새로 쓰다보니 베트남에서는 박 감독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부터는 한국에서도 ‘박항서 열풍’이 불이 붙었다. 박 감독은 “내가 인기를 얻어서 무슨 소용있겠어요. 한국에서 어느 정도 평탄하게 살아왔고 운좋게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시간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한국 축구팬들의 관심이 다소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인기라는 것이 언제 거품처럼 꺼질지 모르기 때문에 행동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는 “한국에서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감사하지만 사실 부담이 간다. 베트남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좋지 않은 말이 나오면 베트남까지 전달이 된다. 사람이란게 각기 평가가 다르지 않나. 내 가족들이 나 때문에 상처받을 이유는 없다. 내가 잘못해서 베트남에서 비난을 받는 것은 상관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 “왜 저런 감독을 K리그에서 안 쓰는겁니까”
베트남 대표팀의 성공에는 박항서 감독을 보좌하는 이영진 코치의 비중도 빼놓을 수 없다. 박 감독은 그 누구보다 이 코치의 능력을 신뢰한다. 둘은 현역시절 럭키금성에서 함께 몸담았고 1994미국월드컵에서는 박 감독이 대표팀 코치, 이 코치는 선수로 사제의 인연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지도자로서 호흡을 맞춘 것은 베트남 대표팀이 처음이다. 박 감독은 “이 코치는 내가 결정만 하면 될 정도로 일을 완벽하게 해주는 스타일이다. 감독을 해봐서 그런지 상황에 따라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알려줄 때도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을 해줄때도 많다”고 평가했다.

훈련 프로그램이나 팀 스케줄 등은 박 감독이 신경쓰지 않아도 이제 이 코치가 알아서 다 준비를 할 정도다. 박 감독은 지난 1년 넘게 이 코치와 함께 지내다보니 그가 사령탑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아니 왜 저렇게 좋은 감독을 한국에서는 안쓰는건지 모르겠다”고 너털웃음을 지은 뒤 “근데 올해까지는 이 코치가 내 옆에 있어야하니까 어디가면 안된다. 올해만 좀 고생해달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 코치를 바라보면서 “좌우지간 능력이 있고 많은 것을 가진 지도자다. 우리 팀에서는 일당백을 한다”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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