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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비장한 박항서 “일본과 전쟁, 승리 위해 끝까지 싸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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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밤10시 100위 vs 50위 격돌
한국일보

박항서 감독이 20일 오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둔 뒤 환호하고 있다. 두바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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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축구사를 새로 쓰고 있는 박항서(60) 감독에게 아시안컵 8강 상대 일본은 강하지만 두렵지만은 않은 상대다. 주전 필드플레이어 전원을 유럽파로 꾸려 짜임새 있게 경기를 운영하는 일본은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지만, 이들을 8강전에서 맞게 된 박항서 감독은 “일본과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단 뜻을 전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24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일본(50위)과 8강전을 치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0위 베트남에게 일본과 대결은 분명 버거울 테지만, 그간 베트남이 내달린 기적 같은 발자취를 돌이켜본다면 미리부터 꼬리 내릴 상대도 아니란 평가다.

박 감독은 경기를 하루 앞둔 23일 알 막툼 스타디움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적극적으로 우릴 괴롭히고, 우린 그것을 막느라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우리(베트남)는 일본이란 큰 벽에 힘차게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 감독 얘기처럼 일본과 베트남의 대결은 누가 봐도 다윗(베트남)과 골리앗(일본)의 싸움이다. 그는 “21일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의 16강 경기를 보러 갔을 때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유럽파라서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베트남은 역대 두 차례 일본 성인대표팀과 맞대결을 펼쳤는데 모두 졌다. 2007년 7월 16일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1-4로 대패했고, 2011년 10월 7일 평가전에서 0-1로 졌다.

그럼에도 박 감독이 도전 의지를 내비친 데는 그럴만한 이유도 있다. 일단 잃을 게 없는 경기라 부담이 적다. 이미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뒤 굵직한 성과들을 낸 박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이란, 이라크, 예멘 등 강팀들과 한 조에 묶였지만, 예멘을 꺾고 승점 3점을 챙겨 조 3위에 올라 극적인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이후 16강에서 요르단을 승부차기 끝에 눌러 8강 무대를 밟았다. 베트남이 아시안컵 8강에 진출한 건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한 2007년 대회 후 처음이다. 당시엔 조별리그를 통과한 모든 팀이 16강 없이 8강부터 토너먼트를 치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아시안컵 최고 성적을 내고 있는 셈이다.

16강 요르단전처럼 뛰고 또 뛰는 투지로 일본의 공격을 막아낸다면 승산도 있다. 베트남은 일본보다 하루 먼저 16강전을 치러 몸의 피로를 회복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한 데다, 조별리그에서 경고를 받았던 일본 핵심공격수 무토 요시노리(27ㆍ뉴캐슬)가 사우디와 16강전에서 추가 경고를 받아 8강에 나서지 못한다. 박 감독은 “한국에서 갈 곳 없었던 내가 베트남에 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감독을 맡게 되는 동안 베트남에 내가 가진 축구 지식을 전하며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일본전에 모든 걸 쏟아낼 각오를 비쳤다. 박 감독을 보좌하는 이영진 코치는 “(일본을 공략할)길이 보이긴 보인다”며 막판 전력분석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항서 드라마’가 계속되면서 중계 가치도 천정부지로 뛰었다. 베트남 현지에선 베트남과 일본의 8강전 TV광고료가 2018 러시아월드컵 수준인 8억동(30초 기준ㆍ약 3,890만원)으로 올랐다는 보도가 나오며 축구 열기를 실감케 했다.

두바이=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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