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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라이벌 태국 자존심 뭉개는 '박항서 매직', 그래서 더 열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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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출처 | AFC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동남아시아 최강은 누가 뭐래도 베트남이다.

박항서 감독 부임 후 베트남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동남아시아의 절대강자로 자리매김 했다는 점이다. 원래 동남아시아에서는 태국이 최고였다. 태국 스스로도 자부심을 느꼈고, 베트남은 늘 따라가는 처지였다. 두 나라는 동아시아로 따지면 한국과 일본 같은 관계다. 서로를 강력한 적으로 생각하며 반드시 이겨야 하는 존재로 인식한다. 그러나 최근 성적은 라이벌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태국이 한 발 앞서 가는 형국이었다. 동남아시아 챔피언을 가리는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도 지난 2014년, 2016년 모두 태국이 우승을 차지했다. 베트남은 두 대회 연속 4강에 머물렀다.

이제는 처지가 바뀌었다. 베트남이 앞서가고 태국이 꼬리를 추격하는 구도로 변했다. 박 감독 등장이 계기가 됐다. 베트남은 지난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태국은 조별리그 3경기서 전패를 당하는 망신을 당하며 탈락했다. 일본에 패한 것은 납득할 수 있지만 북한, 팔레스타인에 발목을 잡히면서 태국도 큰 충격을 받았다. 이어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베트남은 일본과 한 조에 속했는데 전승을 기록하며 1위로 16강에 갔다. 이어 바레인과 시리아 등 중동의 강호들까지 잡으며 4강 신화를 썼다. 반면 태국은 16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약체인 방글라데시에 밀려 조 3위에 머물렀다. 태국은 다시 한 번 자존심이 뭉개졌으나 그래도 A대표팀이 출전한 대회가 아니라는 점으로 위안을 삼았다. 두 나라의 희비는 스즈키컵에서 다시 한 번 엇갈렸다. 베트남은 10년 만의 우승을 차지하며 동남아시아 최강자임을 입증했다. 태국은 말레이시아에 밀려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타이틀을 지키지 못했다. 이어진 ‘2019 아시안컵’에서도 베트남이 우세하다. 태국은 16강에서 중국에 밀려 탈락했으나 베트남은 요르단을 넘고 8강에 올랐다. 4개 대회 연속으로 베트남이 우위를 점했으니 태국은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 동남아시아 최강팀이 베트남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는 성적이다.

사실 지금 박 감독이 베트남에서 신화를 쓴 배경에는 태국이 있다. 부임 초기였던 2017년12월 U-23 선수들이 참가한 M-150컵에서 박 감독은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선수를 활용했다. 그러다 우즈베키스탄에 패배 경질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태국전에서 승리하며 반전에 성공했다. 베트남이 U-23 이상 연령대에서 태국을 잡은 것은 무려 10년 만의 성과였다. 박 감독 인기가 본격적으로 올라간 계기였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베트남은 일종의 열등감 어린 시선으로 태국을 바라봤다. 그러나 이제 베트남은 자부심을 갖고 태국을 한 수 아래로 볼 수 있게 됐다. 한 베트남 축구 관계자는 “베트남이 생각하는 박항서 감독 부임 후 얻은 가장 큰 효과 중 하나가 태국에 앞선다는 사실이다. 매번 태국에 당하는 처지였는데 이제는 우위를 점한다. 자존심이 강한 베트남 사람들 성향상 최근 태국을 압도하는 흐름은 대단히 큰 자부심을 준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이 갖고 있던 열등 의식은 이제 태국으로 옮겨졌다. 태국 축구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태국도 베트남의 성과를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오히려 외면하며 자존심을 지키려고 했지만 1년 내내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생각이 바뀌고 있다. 베트남이 한 수 위라는 점을 인정하고 쫓아가야 한다는 조급함이 생기고 있다”라고 밝혔다. ‘박항서 매직’이 베트남과 태국, 두 라이벌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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