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박린의 아라비안나이트]박항서 선생, 당신은 5천만 응원단을 추가 획득했습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박항서, 팜득후이 생일파티서 장난

선수들은 짜, 국민들은 타이라 불러

베트남, 일본과 아시안컵 8강전

'미니 한일전', 한국팬들 박항서 응원

박항서 "도전 한번 해보겠다"

중앙일보

박항서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0일 요르단과 아시안컵 16강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일 베트남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요르단을 꺾은 뒤 숙소에서는 미드필더 팜득후이의 생일파티가 열렸다. 박항서(60) 베트남 감독도 참석해 함께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박 감독은 팜득후이에게 케이크에 얼굴을 파묻으라고 장난을 쳤고, 박 감독은 케이크 범벅이 된 팜득후이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중앙일보

박항서 감독이 20일 숙소에서 생일을 맞은 팜득후이에게 케이크에 얼굴을 파묻으라고 장난치고 있다. [베트남 유투브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베트남 선수들은 인간미 넘치는 박 감독을 ‘짜(Cha·아빠)’라 부른다. 베트남 9000만명 국민들은 ‘타이(Thay)’라 부르는데, ‘스승’ 이란 뜻의 극존칭이다.

한국 축구팬들도 박 감독을 응원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당신은 5000만 응원단을 추가로 획득하셨습니다’란 댓글을 남겼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24일 오후 10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일본과 2019 아시안컵 8강전을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일본이 21일 16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1-0으로 꺾으면서, 베트남-일본의 8강전이 성사됐다.

‘한국인’ 박 감독이 베트남을 이끌고 일본을 상대하게 됐으니, ‘미니 한일전’인 셈이다. 스포츠계에서는 ‘일본에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많은 한국 축구팬들은 박 감독을 응원하고 있다.

JTBC가 중계한 아시안컵 베트남-요르단전 시청률은 7% 가까이 나올 만큼, 한국에서도 박 감독을 향한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지난 20일 베트남-요르단 16강전에서 다수의 한국기자들 역시 박항서호를 응원했다.

중앙일보

지난해 8월18일 아시안게임 일본전에서 골이 터지자 박항서 감독이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 감독은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지난해 8월18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일본을 상대한 적이 있다.

당시 박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베트남에서 일하고 있지만 조국은 대한민국이다. 8월15일이 어떤날인지 잘 알고 있다. 광복절이 지난지 얼마되지 않은 만큼 일본전은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예상을 깨고 일본을 1-0으로 꺾었다. 베트남 응우옌 꽝하이가 일본 수비진의 패스실수를 놓치지 않고 결승골을 넣었다. 박 감독은 벤치에서 달려나와 거스 히딩크 감독처럼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쳤다.

중앙일보

일본의 다케이로 토미야스(오른쪽 둘째)가 21일 열린 아시안컵 16강전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베트남-일본은 5개월 만에 리턴매치를 치른다. 박 감독은 21일 샤르자에서 열린 일본-사우디의 아시안컵 16강전을 관전했다. 박 감독은 “그 때(지난해 아시안게임)는 22세팀이었다. 지금과 다르다. 우리가 전력이 안되는 것은 알고 있다. 일본은 거의 다 유럽프로축구에서 뛰는 선수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도전 한번 해보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아시안컵 최다 우승국(4회)이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서 특유의 패스축구 ‘스시타카(스시+티키타카)’로 16강에 올랐다. 하지만 아시안컵 16강에서 일본은 사우디에 볼점유율 23.7% 대 76.3%로 크게 밀렸다. 중앙수비 도미야스 다케히로(21)의 헤딩골로 간신히 이겼는데, 이 슛이 유일한 유효슈팅이었다.

일본은 혼다 게이스케(33·멜버른 빅토리), 가가와 신지(30·도르트문트), 오카자키 신지(33·레스터시티)를 제외하면서 세대교체에 들어갔지만, 16강전 경기력을 실망스러웠다. 토너먼트에서 ‘아시아 강호’ 사우디를 이겼다는게 중요하지만, 일본다운 경기는 아니었다. 베트남 언론 소하는 “사우디가 일본의 안티풋볼에 졌다”고 보도했다.

베트남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00위로 일본(50위)보다 무려 50계단이나 낮다. 객관적 전력은 크게 열세지만, 그렇다고 못이기란 법은 없다.

모리야스 하지메(51) 일본 감독은 사우디전 후 “박 감독은 능력이 좋고 경험도 풍부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이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꺾었을 당시, 일본 사령탑이 모리야스였다. 모리야스 감독도 박 감독처럼 U-23 대표팀과 A대표팀을 겸임하고 있다.

박 감독은 “한국에서 너무 많이 조명받다보니 좀 부담스울 때가 있지만, 언제든 누구와 경기하든 국적을 떠나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베트남이 결승에서 만난다면 어떨 것 같은가’란 질문에 그는 “정말 꿈같은 이야기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면서 “우리팀은 전력이 약하기 때문에 한걸음, 한걸음씩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두바이=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