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오후 8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19 아시안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연장전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다.
베트남이 아시안컵 8강에 오른 것은 2007년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에는 아시안컵 본선 진출팀이 16개국이었다. 본선 24개국 시스템에서 8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베트남은 전반 39분 바하 압델라만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하지만 후반 6분 응우옌 꽁프엉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고, 이후 파상공세를 펼치며 바레인의 골문을 위협했다.
계속되는 역전골이 나오지 않았지만, 베트남은 흔들리지 않았다. 베트남은 승부차기에서 당반럼 골키퍼의 선방에 힘입어 요르단을 4-2로 꺾고 8강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한계를 알 수 없는 박항서 매직이다. 지난해 1월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을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이끌었을 때, 많은 이들이 베트남의 선전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성인 대표팀이 아닌 연령별 대표팀이었기에 가능했던 일로 생각했다.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강에 올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박항서 감독은 지난해 12월 베트남을 10년 만에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으로 이끄는 기염을 토했다. 이어 아시안컵에서도 베트남을 8강까지 이끌며 자신의 지도력이 성인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위기를 극복하고 이뤄낸 성과라 더욱 놀랍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 초반 이라크, 이란에게 연패하며 탈락 위기에 처했다. 예멘을 2-0으로 꺾고 페어플레이 점수로 간신히 16강에 올랐지만, 베트남이 더 높은 곳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8강 상대가 '우승후보' 호주를 꺾고 B조 1위를 차지한 요르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회 초반의 연패는 베트남에게 약이 됐다. 베트남은 한 수 위로 여겨지던 요르단을 상대로 오히려 우위를 점했다. 전반전에는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후반 이후에는 일방적인 공세를 퍼부으며 바레인을 압도했다. 경기가 승부차기까지 이어졌을 때 안도한 팀은 베트남이 아닌 요르단이었다. 결국 기세에서 앞선 베트남이 승부차기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8강행 티켓을 차지했다.
베트남은 8강에서 일본-사우디아라비아의 승자와 격돌한다. 두 팀 모두 베트남 보다 한 수가 아닌 몇 수 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은 지난 1년 여간 '공이 둥글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느끼고 보여 준 팀이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에 또 한 번 값진 선물을 안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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