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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에 잠못 이루는 '철밥통' 공무원

머니투데이 송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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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에 잠못 이루는 '철밥통'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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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 1200만원에 기본연봉 인상까지"]

#"내년에 같은 직급에서 대규모 성과연봉이 차등 지급되는 것은 물론 성과연봉의 일부가 2014년 기본연봉 인상분에 포함돼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실장급인 정부부처 고위공무원 A씨는 요즘 내년 성과연봉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다행히 그는 올해 최상위 S등급을 받아 1200만 원의 성과연봉을 받았다. 여기에 성과연봉 중 가산액(25%) 300만 원은 내년 기본연봉에 포함된다.

#"박봉으로 한 푼이 아쉬운 하위 직급의 경우 성과상여금이 큰돈이기 때문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다른 정부부처 사무관 B씨도 최근 내년도 성과상여금 생각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 그 역시 올해 최상위 S등급을 받아 600만 원 정도의 성과상여금을 챙겼다.

국내에서는 ‘공무원=철밥통’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통상 공무원이 안정된 연봉을 지급하고 퇴직까지 자리를 보장하는 탓이다. 그러다 보니 철밥통이 생산성 저하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공직사회도 최근 연말을 맞아 성과급 지급을 놓고 술렁이고 있다. 생산성 제고를 위해 도입된 성과급 제도가 시행된 지 14년째를 맞으면서 '철밥통'이라는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이다.

27일 행정안전부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내년 초 지급되는 공무원 성과급은 올해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기준액과 평가등급별 지급률이 내년에도 변경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신영숙 성과급여기획과장은 "통상 성과급은 공무원 처우개선분 예산을 기본연봉과 성과급 중 어디에 반영할지에 따라 인상 여부가 결정된다"며 "내년도 처우개선분 예산을 기본연봉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아 성과급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무원 성과급은 고위공무원과 1~4급 과장급 이상의 성과연봉제와 과장보직을 받지 않은 4급 이하의 성과상여금제로 나뉜다. 올해 성과연봉제는 고위공무원인 '가'등급의 경우 최상위 20%인 S등급 1207만 원, 그 다음 30%인 A등급 805만원, 그다음 40%인 B등급 483만 원을 지급했다. 이와 별도로 성과연봉 중 가산액 290만원 정도가 내년 기본연봉에 가산된다. 가산액은 통상 고위공무원단은 성과연봉의 24~25%, 1~4급 과장급 이상은 49% 정도다.

올해 성과상여금제는 사무관급인 5급의 경우 S등급 599만 원, A, B등급 각각 421만원, 275만원을 지급했다. 반면 성과연봉제와 성과상여금제 모두 최하위 10%인 C등급은 성과급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공직사회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성과연봉제와 성과상여금제는 모두 지난 99년 처음 도입됐다. 이후 성과연봉제는 평가 방식이 초기에는 평가등급별 인원비율을 두지 않는 절대평가 방식이었지만 2008년부터 인원비율을 도입했다. 성과상여금제는 도입 초기에 비해 현재 지급 범위는 상위 50%에서 90%로 변경한 반면 지급률 격차는 최고 100%에서 185% 수준으로 확대했다.

국무총리실 최창원 정책분석평가실 평가관리관은 "공무원 성과급 제도는 지급 대상과 평가등급별 인원비율, 지급률, 지급 범위 등이 공무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여러 차례 변경되면서 진화를 거듭했다"며 "이는 공무원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면서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무원 성과급 제도의 개선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민간기업과 달리 국내 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확한 평가시스템 구축과 성과연봉제 적용 대상 확대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기가 나빠지면 공무원 성과급의 적정성 논란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며 "임금 인상률이나 처우개선 예산 등을 조정해 고통을 분담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익 등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성과 평가에 대한 타당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모든 공무원들에게 성과연봉제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 붙였다.

[book]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


송정훈기자 rep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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