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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추화정, '고진감래' 폴킴처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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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추화정 인터뷰 / 사진=방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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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아이돌'은 참 기묘한 단어임에 분명하다. '우상'이라는 거창한 뜻만큼이나 무거운 편견을 따라 붙이는 아이러니한 힘을 지녔으니. 실력이나 노력 같은 건 적당히 깎아내려도 죄의식을 가지지 않게 하는 그 희한한 속성 말이다.

아이돌 그룹 디홀릭으로 데뷔해 솔로 가수로 홀로 선 추화정에게도 이 두터운 선입견의 벽이 세워졌다. '걸그룹 출신'이라는 짧은 이력은 그의 음악성보다는 아이돌이라는 겉보기 이미지에 더 무게중심을 두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가벼웠던 마음은 이내 미안함으로 바뀌었다. 노래를 너무 하고 싶어 중학생 때 중국에서 한국으로 혼자 가출을 했다면 그 간절함이 조금이나마 전달될 수 있을까. 추화정은 물불 가리지 않고 노래 하나만을 쫓아 가수란 타이틀을 얻어낸 의지의 소녀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1학기까지 중국에서 살았거든요. 아빠 사업 때문에. 근데 가수의 꿈은 갖고 있었으니까 보컬을 배우겠다고 방학 때 혼자 한국으로 왔어요. 문제는 방학이 끝나가는데 계속 하고 싶은 거예요. 중국에 돌아가지 않았어요.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혼자 산 거죠. 물불 안 가렸던 것 같아요."

부모님의 만류에도 추화정은 한국에 남아 노래를 배웠다. 결국 1년 후, 딸이 걱정됐던 어머니가 가족들을 두고 먼저 한국으로 오게 됐다. 그는 "제가 말을 안 들으니까 아빠가 한국에 와서 '중학생이 겁도 없이 어떻게 그러냐' '중국 학교에는 어떻게 얘기할 거냐'고 하셨다. 엄청 울었다. 결국엔 못 이기셔서 중국으로 가셨지만 아빠는 그걸로 아직도 뭐라고 하신다. 그렇게까지 생떼를 부려본 게 처음이었다"며 "저 때문에 가족이 떨어져 살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천륜을 어기면서까지 밀어붙였던 굳건한 의지는 안타깝게도 결과로 맺어지지 못했다. 가수가 되는 길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 소속사 연습생으로 들어갔지만 여러 문제가 생기며 회사를 수번 옮겨 다니게 됐다. 오랜 고생 끝에 그는 방향성을 살짝 틀어 가수가 아닌 걸그룹으로 데뷔를 맞았다.

"원래 걸그룹을 할 생각은 없었거든요. 보컬 음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연습생을 하면 무조건 걸그룹을 시키시더라고요. '걸그룹을 해야 되나 보다' 싶었어요. '어떻게 데뷔하느냐' 보다 '데뷔할 거야'에 치우쳐진 거죠. 그러다 너무 좋은 기회에 디홀릭으로 데뷔해서 일본에서 활동을 많이 했어요."

걸그룹 활동은 추화정에게 몰랐던 즐거움을 줬다. 춤을 배우는 게 재밌어 '걸그룹도 나랑 잘 맞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진짜 노래하고 싶다' 갈증이 커졌다는 그다. 추화정은 "음악방송을 가도 노래한다는 기분은 안 들었다. 아이돌이니까 예쁘고 군무 틀리지 않게 멋있게 맞추는, 그런 부분에 신경을 썼다. 그래서 노래하시는 솔로 가수분들 보면서 '나도 하고 싶다' 생각했다"며 "그래서 곡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디홀릭이 해체되고 제일 힘들었던 시기에 제가 정체성을 모르겠는 거예요. '회사 계약도 끝났고 뭘 해야 되지. 나를 솔로로 내줄 회사가 있을까. 또 걸그룹 시키면 어쩌지' 불안한 거죠. 여러 회사 미팅도 많이 했는데 '연기만 해야 된다. 음반을 내줄 생각은 없다'는 곳이 많았어요. 제가 인지도가 있는 상태였으면 어딜 가도 활동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아니니까. 그런 시점에 디홀릭 때 이사님이 회사를 차리신 거예요.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추화정은 OST로 솔로 활동을 시작해 1월 1일, 솔로 데뷔 싱글 '실컷'을 발매했다. 디홀릭 해체 후 약 2년 만이었다. 그는 "혼자 뮤직비디오 찍어본 것도 처음이었다. 나만의 솔로 앨범으로 다 녹음한 거니까 의미가 크다"면서 "사실 아직 실감이 나진 않는데 기대는 많이 되는 것 같다. 주변에서 좋다고 많이 해주셔서 빨리 라이브 무대에 서서 이 노래를 라이브로 완벽하게 소화하면 많이들 좋아해 주실 것 같다"고 말했다.

'실컷'은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가슴 아픈 발라드로 추화정의 표현을 빌리자면 "고음이 절정인" 곡이다. '고음 발라드'를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 저격 곡이라는 설명이다.

"좀 걱정인 게 노래가 너무 높아요. 주변에서 못 따라 부르겠다고 해서.(웃음) 가이드가 남자였거든요. 남자 곡 들었을 때는 '좋다' 이랬는데 직접 불러보니까 낮은 느낌이 있더라고요. 욕심이 나서 '한 키 더 높일게요' '한 키만 더요' 이렇게 총 다섯 키를 올렸어요. 사촌동생이 제 활동에 대해서 얘기를 잘 해주는 스타일인데 노래 듣더니 '라이브 가능해? 안 될 것 같은데. 불러봐' 자꾸 놀리더라고요."

어려운 걸 알면서도 추화정이 첫 곡으로 '실컷'을 낙점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가창력을 어필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첫 스타트고 각인이 되려면 가창력을 보여줘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었다. 특히 '실컷'은 작곡가님이 아끼는 곡인데 주셨다고 하셨다. 라이브를 잘해서 그 마음을 만족시키고 싶다"고 각오를 내보였다.

강렬한 첫 단추를 꿴 추화정은 자신만의 색깔을 갖길 원했다. 누군가 그의 노래를 들었을 때 '이거 추화정이다' 하는 스페셜리티를 찾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 중이란다.

"일단 저도 저지만 제 노래를 더 많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음악으로 알려지고 싶어요. 폴킴 선배님을 좋아하는데 노래가 좋아서 그분을 찾아보게 됐거든요. 노래 듣다가 또 다른 노래를 찾아 들어보니까 다 직접 쓰신 노래더라고요. 인터뷰도 봤는데 하루아침에 잘 된 케이스가 아니라 '위대한 탄생'도 떨어지고 '가수를 포기해야 하나' 할 정도로 힘든 과정도 많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어찌 됐든 지금은 정말 음악으로 아티스트로서 인정을 받았잖아요. 저도 그런 가수가 되고 싶어요."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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