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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줌인 아시안컵] 박항서의 베트남과 맞붙는 ‘패자’ 예멘이 박수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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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승자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게 스포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숨가쁜 아시안컵 16강행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눈길을 끄는 팀이 있다. 바로 예멘이다. 역사상 최초로 아시안컵 본선에 지출한 예멘에게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역사의 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아랍국가라 하면 오일머니로 인해 부유한 중동국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예멘은 최빈국이다. 남과 북이 영국, 오스만 등 서로 다른 나라에 지배당했다. 지난 1990년 북예멘 주도아래 통일됐지만 남예멘은 독립을 선언했고 이후 정부군과 반군간의 내전이 일상화돼 있다. 우리에게는 ‘정치적 난민 수용’ 문제로 귀에 익은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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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빈국중의 하나인 예멘은 내전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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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은 현재 내전중이다. 무장 세력이 경기장 쪽을 점령하는 국내 상황에 떠밀려 예멘 대표팀 선수들은 제대로 대회를 준비하지도 못했다. 내전 탓에 카타르에서 홈 경기를 치루기도 했다. 홈을 빌러 치른 경기라 관중은 수백명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예멘 관중들은 그 어느때보다 열띤 응원을 보냈고 대표팀 선수들은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컵이라는 굵직한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전쟁과 기아로 허덕이는 예멘의 아시안컵 합류는 아라비아 반도의 기적이다. 예멘 극단주의자들이 대표팀 선수를 납치하는가 하면 일부 선수 들은 산에서 납치됐다가 극적으로 살아 돌아 왔다. 아시안컵 참가 그 자체가 전쟁에 비견된다.

5년 동안 8만5000여 명의 예멘 어린이들이 굶어 죽기도 했다. 스포츠 저널리스트 바시르 세난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힘든 상황이고 나라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에 있다. 하지만 축구에 거는 희망과 기대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나 여의치 않았다. 일부 선수들은 예멘이 아닌 카타르 등에서 팀을 찾아 프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선수들은 예멘에 거주중이다. 이 친구들는 프로 팀에 속해 있지 않아 A매치가 실제로 뛰어본 경기의 전부다. 그동안 숱한 A매치를 한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과는 반대 상황이다.

실제 축구 선수 아마드 타랄의 경우 에멘 최대의 클럽중 하나인 알 틸랄에서 뛰고 있으나 생계를 위해 곧 군에 입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쩌다 열리는 국내 리그 경기에서는 경기를 하다 말고 폭격 소리에 놀라 관중들이 의자 밑으로 한 경우도 자주 있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지난해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이란 대표팀 서포터즈들이 이라크와 예멘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반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신임 감독 얀 커시안 예멘 감독은 “택시를 운전하거나 슈퍼마켓에서 일을 하며 겨우 클럽 생활을 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어떤 선수들은 생계형 군인, 또 다른 이는 전쟁에서 사망하기도 한다”며 열악한 예멘의 실정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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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빨강색 유니폼)은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을 상대로 첫골에 도전한다.[사진= 2019 아시안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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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 프로선수라도 생계 유지는 어려운 실정이다. 자비로 예선전에 참가할 때도 있다. 비행기가 없을땐 목숨 걸고 국경을 넘어 대회에 나가기도 한다. 예선전 도중에 한 선수가 극단주의자들에게 납치 된 적도 있었다. 다행히도 48시간 동안 가장 위험한 지역을 뚫고 탈출, 경기를 치렀다.

천신만고 끝에 아시안컵에 진출한 예멘은 새로 감독을 뽑아야만 했다. 거듭된 재정 위기에 에티오피아 출신 감독이 ‘돈을 안준다’는 이유로 사퇴해 자국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신임 감독인 슬로바키아 출신 얀 코시안은 “감독을 맡기로 했지만 입국조차 쉽지 않았다. 지금도 정치적 상황이 녹록치 않다. 그렇지만 축구에 집중하고 싶다”며 힘든 상황을 말했다.

코시안 감독은 “선수들은 어디든 축구를 계속할 수 있는 팀을 찾고 싶어한다. 이번 대회로 그런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예멘 골키퍼 모하메드 아야시는 “예멘 국민들에게 기쁨과 위안을 주고 싶다. 생존을 위해 분투중인 우리 국민들에게는 우리의 선전이 큰 힘이 된다. 축구를 보기 위해 모두 카페에 삼상오오 모여 우리를 응원할 것이다”며 밝게 웃었다.

피파랭킹도 135위에 불과하다. 아시안컵에서도 대진운이 좋지 않았다.

지난 8일 이란과의 경기에서는 0대5패, 12일 이라크에게는 0대3으로 패했다. 승리 보다는 축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희망인 예멘은 17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피파랭킹 100위)을 상대로 첫골에 도전한다. 베트남은 이라크와의 첫 경기서는 2대3패, 이란을 상대로는 0대2로 완패, 첫 승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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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국민들은 내전으로 인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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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evie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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