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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축구도 대북제재 받았나…북한의 몰락, 이유는?[아시안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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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북한 여성 응원단의 현장 응원에도 불구하고 북한 축구대표팀이 13일 카타르전에서 0-6으로 대패했다. 출처 | 아시안컵 공식 트위터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부진은 예상됐지만 참혹한 수준이다.

13일 UAE 알 아인 칼리파 빈 자예드 경기장에서 열린 2019년 UAE 아시안컵 E조 북한-카타르전은 북한 축구의 추락을 여지없이 증명한 한 판이었다. 이날 북한은 상대 공격수 알모에즈 알리에 무려 4골을 내주는 등 졸전 끝에 0-6으로 대패했다. 지난 8일 예멘이 이란에 0-5로 지면서 세운 이번 대회 최다골 차 패배를 5일 만에 경신했다. 북한은 9일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도 이탈리아 세리에B(2부) 페루지아에서 뛰는 한광성이 전반 종료 전 레드카드를 받는 등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0-4로 완패했다. 카타르전에서 실점이 더 늘었다. 0득점 10실점으로 E조 최하위가 됐다. 북한은 아직 탈락한 것은 아니다. 오는 18일 오전 1시 레바논전을 이기면 각 조 3위 6개팀 중 상위 4개팀에 주어지는 16강행 와일드카드를 얻어 토너먼트에서 싸울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전력으론 레바논전 전망도 어둡다. 3전 전패가 유력한 상황이다.

10년간 내리막길을 걸었던 북한 축구의 민낯이 UAE에서 여지 없이 드러나고 있다. 북한 축구는 지난 2009년 6월 제2의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을 따돌리며 본선 티켓을 거머쥔 것이다. 북한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누르며 8강에 올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스토리는 영국 다큐멘터리 영화 ‘천리마 축구단’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남아공 월드컵 본선행은 44년 만에 북한 축구가 세계 무대에 다시 명함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3전 전패했으나 브라질전에선 지윤남이 골을 넣는 등 분전하며 1-2로 석패했다. 그러나 이후부터 발전 없이 지속적으로 퇴보한 끝에 지금은 아시아에서도 2~3류팀으로 전락했다. 오는 12월 한국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 본선 티켓도 지난해 예선 때 홍콩에 밀려 놓쳤다.

북한은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룰 때 탄탄한 수비와 빠른 역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종예선 8경기에서 7골에 그쳤으나 실점이 5골에 불과한 짠물 수비를 펼친 것이다. 골키퍼 리명국과 센터백 리광천을 중심으로 아시아 정상권 팀들의 공격을 다부지게 막아냈다. 이를 토대로 ‘인민 루니’ 정대세, 러시아 1부리그에서 활약하던 홍영조가 카운터어택을 계속 날렸다. 당시 K리그에서 뛰던 안영학은 중원에서 중심을 잘 잡았다. 반면 지금은 북한 특유의 수비가 무너지면서 공격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 됐다. 박광룡과 정일관, 한광성 등 유럽파 공격수들도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10년 전 지윤남이나 박남철 같은 스피드 좋은 풀백들도 보이질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에 더해 두 개의 구조적인 요인을 꼽기도 한다. 우선 어린 선수들이 성인무대에 뛰어들었을 때 성장이 멈추는 것이다. 2007년과 2011년, 2015년 등 3차례 U-20 월드컵에 아시아 대표로 출전했던 선수들이 거의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이탈리아에서 뛰는 한광성과 최성혁도 발전 속도가 갈수록 더디다는 평을 듣고 있다. 아울러 북한 축구에 묘한 파벌이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축구 전문가는 “북한 최고 명문인 군팀 4·25, 축구선수 출신 아들 장정혁을 두고 있는 장웅 IOC 위원, 한은경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북한축구협회 등 북한 축구계엔 3대 세력이 존재한다는 게 정설”이라며 “힘의 균형을 추구하다보니 반대로 축구 실력은 떨어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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