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 도영인기자 |
[아부다비=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아는 사람을 해외에서 만나면 더 반가운 법입니다. 아마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항서 감독도 이번 아시안컵에서 갑작스럽게 만난 한국 취재진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지난 8일(한국시간) 아랍에리미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베트남은 이라크에게 2-3으로 역전패를 당했죠. 경기 직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 감독은 회견장을 둘러본 뒤 엷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미루어 짐작컨대 자신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와 준 한국 취재진들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았나 봅니다.
베트남 팬들은 자국의 아시안컵 경기를 많이 찾아 응원하고 있지만 현지에서 파견된 취재진은 단 3명에 불과합니다. 대회 개막부터 ‘벤투호’ 취재를 위해 UAE를 찾은 10여명의 한국 취재진은 베트남 경기도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아부다비에서 열린 조별리그 2차전 베트남과 이란 맞대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박 감독에게 질문을 한 기자 절반 이상이 한국 취재진이었습니다.
여하튼 박 감독은 한국 취재진이 대거 베트남 경기에 온 것에 흡족한 모양입니다. 이라크전 직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 취재진에게 질문 기회가 좀처럼 돌아가지 않자 조직위원회 직원에게 직접 질문 기회를 주라는 이야기를 전할 정도로 적극성을 보였습니다. 박 감독은 기자회견이 끝나면 단상에서 내려와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눈을 맞춥니다. 1차전 직후에는 “먼 곳까지 와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남겼고, 2차전 직후에는 “계속 오니깐 지잖아요”라면서 애정이 담긴 볼멘소리를 남기고 유유히 회견장을 떠났습니다.
아시안컵에서 현장 취재를 하고 있는 취재진들은 조별리그 1~2차전의 경우 한국 경기가 열린 다음날 베트남 경기가 개최되서 두 경기 모두 취재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조별리그 최종전의 경우 한국과 베트남이 각각 중국과 예멘을 상대로 현지시간으로 16일에 경기를 치릅니다. 그래서 한국 취재진은 베트남 경기의 현장 취재를 하기 어렵습니다. 이 경기에서 베트남이 승리를 거두면 와일드카드(6개 조 3위 가운데 상위 4개팀)로 16강 진출을 타진해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박항서호’는 패배가 익숙지 않는 팀입니다. 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줄곧 승승장구해왔기 때문이죠. 그래도 박 감독은 중동의 강호 이라크와 이란을 상대로 패하긴했지만 이제는 베트남이 아시아에서 더 이상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냈습니다. 박 감독을 아시안컵 현장에서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베트남이 16강에 진출하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박 감독을 한번 더 만날 수 있을까요. 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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