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2019년 UAE 아시안컵 조별리그가 1라운드를 마친 가운데 수문장의 역할론이 커지고 있다.
토너먼트마다 좋은 골키퍼가 있는 팀과 없는 팀의 희비가 엇갈리지만 이번 아시안컵의 경우는 그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심지어 골키퍼의 실수 때문에 경기를 망친 팀들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전에서 역전패한 키르기스스탄이다. 키르기스스탄은 지난 7일 중국과 경기에서 전반전을 1-0으로 앞선 채 마쳤으나 후반 5분 파벨 마티아시 골키퍼가 공중볼을 손으로 다루다가 자책골을 기록하는 치명적인 범실을 저질르면서 무너졌다. 마티아시는 후반 33분 중국의 공격 때도 애매하게 뛰쳐나와 위다바오의 역전 결승골에 빌미를 제공했다. 키르기스스탄은 결국 막판 체력 저하까지 겹치면서 사상 첫 아시안컵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이란에 0-5로 대패한 D조의 예멘도 그렇다. 사우드 알 소와디 골키퍼가 상대의 슛에 늦게 반응하면서 전반 이른 시간 3실점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됐다. 나중에 이란 공격수 아시칸 데자가의 골로 정정됐으나 전반 23분 데자가의 장거리 프리킥을 예측하지 못하다 달려가다가 골대에 맞고 나오던 골이 알 소와디 자신의 몸에 다시 맞고 득점으로 연결됐다. 이 골은 처음엔 알 소와디의 자책골로 기록될 만큼 알 소와디의 부실한 대응이 화를 불렀다. 이라크에 통한의 역전 결승포를 내주고 승점 획득 직전에서 물러난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D조)도 지난달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좋은 플레이를 펼쳤던 러시아 혼혈 골키퍼 당반럼이 후반 45분 알리 아드난의 왼발 직접 프리킥 골 때 위치 선정을 잘못해 박 감독에게 공개적으로 질책을 당했다. 강팀도 예외가 아니어서 일본 골키퍼 곤다 슈이치는 F조 투르크메니스탄전 전반 26분 선제골 때 방심하다가 기습적인 중거리슛에 대응이 느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브라이턴에서 뛰는 호주 골키퍼 매튜 라이언도 B조 1차전 요르단과 경기에서 썩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다. 호주는 결국 0-1로 져서 이번 대회 첫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그런 점에 비하면 한국은 김승규와 조현우 등 수준급 두 골키퍼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김승규가 나서고 있어 다행이다. 다만 파울루 벤투 감독의 스타일이 골키퍼부터 짧은 패스로 풀어나가는 빌드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빌드업 초반 과정에서 골키퍼의 실수가 나오면 치명적인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거꾸로 한국에 유리한 점도 많다. 우선 중거리슛을 과감하게 날리면 슛 자체가 골이 되거나 상대 골키퍼의 쳐내기 뒤 흘러나오는 볼을 차 넣을 수 있다. 황희조나 손흥민, 황희찬 등 특급 킬러들이 즐비한 한국 입장에선 아시안컵에서 골키퍼의 불안한 플레이가 곧잘 나오는 점을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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