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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노사 눈치보기 심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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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중심 구간설정위원회, 인상범위 제시

노사·공익으로 구성된 결정위원회에서 결정

공익위원 선정은 '노사 추천→노사 상호배제'

국회 추천도 가미해 정부 단독추천 폐지

"공익위원 공정성·객관성 확보 위한 조치"

전문가는 반드시 경제·고용상황 등 고려해야

전문가 위원회 상시 운영해 영향 모니터링

경영계는 긍정적, 노동계는 반발

내년부터 최저임금 결정과정이 이원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적정한 인상 범위를 정하면, 이 범위 안에서 결정위원회가 정하는 형태다. 현재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와 공익위원이 논의 뒤 결정한다.

전문가로 구성되는 공익위원 선정방식은 '노사 추천→노사 상호배제+국회 추천'으로 바뀐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행사하던 정부 단독 추천권이 폐지되는 셈이다. 공익위원의 편향성 논란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구간설정을 담당하는 전문가위원회는 앞으로 상시 운영된다. 최저임금의 영향 등을 모니터링하고, 시장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찾는 역할을 한다. 지금은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사실상 업무를 중단하고, 정부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중앙일보

7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정부는 이날 최저임금위원회에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를 설치, 결정을 이원화 하는 방안을 내놨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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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7일 이런 내용의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초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10일 최저임금 제도개선 관련 전문가 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개선 초안에는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반드시 경제사정과 고용상황, 사회보장 급여 등을 결정기준으로 삼도록 했다. 구간설정위원회는 이를 참고해 인상 범위를 정하게 된다. 지금도 이를 검토하기는 하지만 의무적으로 고려하진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의 의향에 따라 공익위원이 일방적으로 인상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장관은 중앙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공익위원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결정위원회는 현재와 같이 노사와 공익위원으로 구성된다. 다만 구간설정위원회가 신설되기 때문에 전체 숫자는 15명~21명으로 축소한다. 현재는 각 9명씩 27명이다. 노사의 위원으로 청년과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와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대표가 반드시 참여토록 바뀐다. 현재는 경제단체와 노동단체 인사로 구성돼 있다.

정부가 이런 결정체계 변경을 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노사 교섭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극심한 갈등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최저임금이 결정될 때마다 노사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2016년에 적용되는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나타난 노사 갈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노동계는 79.2% 인상을 요구했다.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했다. 이처럼 큰 격차를 조율하기란 쉽지 않다. 떼쓰기와 시위 같은 소모적인 논쟁만 계속됐다. 지금까지 32차례의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노사와 공익위원 합의로 이뤄진 경우는 단 7회에 불과했다. 표결한 25회 중에서도 노사가 모두 참여한 건 8회뿐이었다. 어느 한쪽은 퇴장했다.

이 장관은 "결정체계를 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됐다"며 "이번 개편 논의 초안은 노사 단체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수렴하고,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와 외국의 제도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경영계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07년부터 정부가 직접 최저임금을 결정하거나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공익위원이 안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결정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것을 주장해왔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공익위원의 공정성이 담보되는 노력은 진일보했다"면서도 "강화되어야 할 정부의 책임과 역할이 안 보여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반발했다. "전문가가 인상 구간을 미리 정하는 것은 노사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한국노총)이라는 입장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9일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 워크숍을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학계에서는 제도 개선에 나서는 데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논란거리가 많다는 입장이다. 임무송 한국산업기술대 초빙교수는 "전문가의 중심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면 차라리 영국식의 정공법이 낫다"고 말했다. 영국은 9인의 전문가가 노사의견과 시장 상황 등을 폭넓게 분석해 결정하고, 최종 결정은 정부가 한다. 노사의 의견 대립이 있어도 전문가가 거르고, 최종 결정을 정부가 함으로써 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한 형태다.

또 공익위원을 노사 추천과 상호배제 형식으로 꾸리면 소신있는 전문가는 배제되고, 무색무취한 학자로 꾸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노사의 눈치보기가 오히려 심해진다. 공익위원 국회 추천제도 자칫하면 정치화의 소용돌이에 말려들 위험이 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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