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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전광인…잘 때리고 잘 받는다

중앙일보 김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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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전광인…잘 때리고 잘 받는다

서울맑음 / 4.6 °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공격수
24점 맹활약, 공격 성공률 59.45%
OK저축은행에 3-2로 역전승
대한항공 제치고 단독 선두 나서
한국전력에서 뛰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전광인이 특유의 체공력으로 블로킹 벽을 넘어 강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전력에서 뛰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전광인이 특유의 체공력으로 블로킹 벽을 넘어 강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잘 때리고, 잘 받았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전광인(28)의 맹활약에 힘입어 선두를 탈환했다.

2017~18시즌이 끝난 뒤 배구계 최고의 이슈는 ‘전광인 잡기’였다. 전광인이 FA(자유계약선수)로 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전광인은 원소속팀 한국전력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현대캐피탈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연봉은 V리그 전체 2위인 5억2000만원이었다.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5억5000만원)보다 연봉은 적지만 옵션을 포함하면 이를 넘는다는 게 배구계 정설이다. 공격과 수비를 모두 갖춘 전광인을 잡기 위에 현대캐피탈은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

하지만 이적 후 전광인은 공격보다 수비에 비중을 뒀다. 현대캐피탈에는 크리스티안 파다르와 문성민이란 거포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 파다르는 지난해까지 최고의 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수다. 문성민은 현대캐피탈을 상징하는 선수다. 한국전력 시절 ‘서브를 받아낸 뒤 스파이크까지 때리던’ 에이스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경기당 평균 득점도 데뷔 후 가장 적은 13.3점으로 줄었다. 전광인은 “나도 모르게 수비에 중점을 두는 것 같다”며 멋쩍게 웃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의 아쉬움을 표현하곤 했다.

6일 천안 OK저축은행과 경기에서 활짝 웃는 현대캐피탈 전광인. [사진 한국배구연맹]

6일 천안 OK저축은행과 경기에서 활짝 웃는 현대캐피탈 전광인. [사진 한국배구연맹]




최태웅 감독은 “광인이가 욕심이 많다”며 “광인이가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그런데 본인은 만족을 못 한다”고 전했다. 최 감독은 또 “운동선수가 쉽게 만족하면 안 된다. 그러나 모든 것을 잘하려는 부담감을 가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배구 선수들은 팀을 이적한 뒤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잦다. 공을 올려주는 세터와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캐피탈은 확고한 주전 세터를 두지 않고 이승원·이원중 두 명을 번갈아 쓰고 있다. 전광인으로선 두 명의 세터와 새롭게 손발을 맞춰야 했다. 현대캐피탈 선배 신영석은 “광인이가 상당히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랬던 전광인이 모처럼 마음껏 공을 때렸다. 최태웅 감독은 6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4라운드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2세트부터 변화를 줬다. 리시브 강화를 위해 문성민을 빼고 수비가 좋은 박주형을 기용했다. 3세트 초반엔 파다르가 부진하자 그도 빼버렸다. 그 자리는 전광인이 메웠다. 전광인은 특유의 체공력을 살린 스파이크로 OK저축은행 코트를 두들겼다. 블로킹 1개, 서브 득점 1개 포함 24점. 현대캐피탈 이적 후 최다 득점이었다. 공격 성공률은 59.45%.


전광인의 활약 덕분에 현대캐피탈은 세트 스코어 3-2(25-21, 20-25, 29-31, 26-24, 15-11)로 역전승을 거뒀다. 3연승을 달린 현대캐피탈(17승5패·승점45)은 대한항공(15승6패·승점44)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전광인은 이날 수비에서도 발군이었다. 현대캐피탈의 전체 서브 리시브(91개)의 절반이 넘는 47개를 전광인이 책임졌다. 스파이크를 받아내는 디그도 8개로 팀 내 최다였다. ‘만능 플레이어’다운 모습에 최태웅 감독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최 감독은 “전광인의 진가가 나온 경기였다. 4세트 접전 상황에서 해결 능력을 보여줬다. 수비도 아주 좋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런데도 전광인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이겼지만 힘들게 경기를 풀었기 때문이다. 전광인은 “올 시즌 범실로 경기를 어렵게 만들 때가 많다. 숙제를 풀지 못하고 경기를 끝낸 기분”이라며 “가끔 서브 실수도 나오고, 공격을 못 뚫을 때도 있다. 항상 미련이 남는다”고 했다. ‘욕심쟁이’ 전광인은 언제쯤 활짝 웃을까.

천안=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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