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동반해야만 입장 가능…이탈리아에선 "경기 연기해야" 주장도
가족석에서 축구 관람하는 사우디 여성 팬들 |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오는 17일(한국시간) 열리는 유벤투스와 AC밀란의 이탈리아 슈퍼컵(수페르코파 이탈리아나) 경기엔 여성 혼자, 또는 여성끼리는 경기장을 찾을 수 없다.
올해 경기가 이탈리아가 아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탓에 여성은 남성 보호자와 반드시 동행해야 하는 사우디의 엄격한 제도가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슈퍼컵 입장권 판매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탈리아 내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고 AP·AFP통신 등 외신들이 4일 전했다.
이탈리아 슈퍼컵은 해마다 지난 시즌 세리에A 우승팀과 코파 이탈리아 우승팀이 맞붙는 경기로, 통상 세리에A 우승팀 홈 경기장에서 열린다.
그러나 지난해 세리에A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체결한 2천200만 유로(282억원) 규모 계약의 일환으로 올해 경기는 유벤투스 홈 경기장이 아닌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압둘라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사건과 맞물려 사우디 개최가 타당한지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세리에A는 계획을 강행하기로 했다.
잠잠해졌던 논란은 세리에A가 슈퍼컵 입장권 구매 정보를 전하면서 다시 커졌다.
관중석의 일부 구역은 남성만 티켓을 구매할 수 있고, 여성 팬은 남성 보호자의 동반하에 '가족석'에만 입장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진 것이다.
사우디는 축구장을 비롯한 야외 스포츠 경기에 여성 입장을 전면 금지해오다 지난해 초부터 여성의 출입을 허용했다. 그러나 여성이 외출할 때 남성 보호자를 동행해야 하는 '마흐람' 제도는 유지해 여성 혼자 축구장에 갈 수는 없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페이스북에 "여성이 남성 없이는 경기장에 갈 수 없는 이슬람 국가에서 이탈리아 슈퍼컵이 열린다는 건 슬프고도 역겨운 일"이라고 표현했다.
살비니는 자신이 AC밀란 경기를 거의 놓치지 않는 팬이지만 이번 경기는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극우정당 이탈리아형제들의 조르지아 멜로니 당수는 "여성을 존중하고 우리의 가치를 존중하는 나라에서 경기가 열려야 한다"며 슈퍼컵 연기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에타노 미치케 세리에A 수장은 사우디에서 지난해부터 제한적으로나마 여성에 빗장이 풀린 것을 지적하며 "이번 경기는 사우디 여성이 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첫 국제 경기로 슈퍼컵 역사에 남게 될 것"이라고 오히려 의미를 부여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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