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리는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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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억원대 뇌물 수수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첫 공판이 2일 오후 서울고법에서 열렸다. 지난해 10월 1심 선고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이날 재판은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김인겸) 심리로 진행됐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의 첫 공판이 열린 서울고법 303호 소법정은 재판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30여 석의 좌석은 재판 시작 전에 다 찼고, 양 옆 통로도 재판을 보려는 방청객과 기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열린 1심 결심 공판 이후 약 4개월 만에 법정에 섰다. 이 전 대통령은 선고 공판에는 재판 생중계에 반발하며 불출석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1심 재판 당시에는 걸을 때 옆에서 부축해줘야 할 만큼 힘겨운 모습이었지만 이날 이 전 대통령은 도움 없이 혼자 걸어서 피고인석에 앉았다. 재판이 시작되고 나서는 앉은 채로 몸을 뒤로 빼 방청석에 누가 앉았는지 살피기도 했다. 방청석에서 이 전 대통령과 눈을 마주친 측근들은 일어서 이 전 대통령에게 인사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이 첫 공판에서 특별히 밝힌 입장은 없었다. 재판 말미에 "1심 판결 이후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2심 (결심) 할 때 하겠다"고만 했다. 재판장은 "심리 종결하고 기회가 있다"며 "그전에도 할 말 있으면 하라"고 했다. 또 재판 처음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때 재판장이 주민등록번호를 묻자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생년월일인 "411219"만 말한 뒤 "뒷번호는 잘 모르겠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휴정 시간에는 변호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괜찮다, 괜찮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은 각각 1시간~1시간 30분 가량 시간을 할애해 항소 이유를 프레젠테이션으로 설명했다. 검찰이 먼저 나섰다. 1심에서 뇌물·횡령 등 혐의와 관련해 무죄로 판단한 부분이 부당하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다스 비자금 등 횡령과 관련해서 검찰이 기소한 349억여원 중 246억여원을, 뇌물과 관련해서 111억여원 중 85억여원을 유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또 이 전 대통령에게 내려진 징역 15년도 법원이 양형기준을 잘못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했고, ‘범죄수익을 은닉’하는 등 가중해야 할 요소를 반영하지 않은 데다 처벌 범위인 징역 10~45년형 가운데 최고 형량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 측은 1심에서 유죄 판단이 난 부분을 문제삼았다. 강훈 변호사는 "검찰은 물증 없이 진술 증거만 가지고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라고 하고 있고, 이는 진술의 신빙성이 없으면 입증할 수 없는 구조"라며 "또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검찰 조사 때마다 진술을 번복하거나 모순된 말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스가 이 전 대통령 것인지에 따라 범죄 성립 여부가 달라진다는 것은 검찰의 프레임일 뿐"이라며 "다스 실소유 여부는 공소 사실과 관련이 없다"고도 했다.
재판이 끝나고 강 변호사는 법정 밖에서 "이 전 대통령이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재판에 임하고 있다"며 "억울하게 생각했던 부분을 변호인이 잘 입증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의 다음 재판은 오는 9일 오후 2시 5분에 열린다. 다음 공판 때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과 관련해 법정 공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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