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인터뷰
“베트남 축구 더 오를 곳 남아 있어
난 아직 배고프다, 아무 데도 안 가”
베트남과 계약 기간 1년 남아
아시안컵에서도 다시 도전할 것
박항서(59)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2018년 한 해 영광의 발자취는 모두 ‘어제 내린 눈’이었다. 1월 23세 이하 아시아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그리고 12월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 컵 우승까지. 내디딘 걸음마다 베트남 축구의 새 역사를 썼지만, 그는 “이젠 다 지난 일”이라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2018년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승승장구한 박항서 감독은 ’평범하게 늘 하던 대로 했을 뿐“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하노이 시내의 베트남 축구대표팀 숙소 호텔에 엄지를 치켜든 박항서 감독. [하노이=송지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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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지도자 박항서’의 인생 물줄기를 바꾼 해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할 때만 해도 성공을 예감한 이는 드물었다. 축구계 관계자들도 ‘예순을 바라보는 노장의 마지막 도전’쯤으로 여겼다. 박 감독은 그러나 ‘동남아시아’라는 낯선 무대에 진출하며 초심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던졌고, 큰 성공을 거뒀다. 지도자로서 승승장구하며 명예를 드높인 건 물론 한국과 베트남의 정치·외교적 거리를 좁히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박항서 감독이 직접 공을 차며 베트남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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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성공한 비결로 ‘기본에 충실한 원칙주의’를 꼽았다. 그는 “많은 분이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과 비법, 특효약을 찾느라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그러나 베트남에서 내가 거둔 성과는 가장 평범하게, 기본부터 철저히 챙긴 결과물”이라고 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힘들어하는 한국의 청춘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또한 “성공으로 가는 로열 로드(royal road)를 찾느라 귀한 시간을 허비 말라”는 냉철한 충고였다.
성패를 결정할 중요한 변수로는 ‘효율성’을 꼽았다. 박 감독은 베트남 감독을 맡은 이후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72·네덜란드) 감독에게 배운 분업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코칭스태프 각자에게 대표팀 업무를 합리적으로 배분한 뒤 감독은 ▶업무 진행 확인 ▶적절한 통제 ▶내부 갈등 관리 및 수습 등의 역할에 전념하는 방식으로 팀을 이끌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오른쪽)이 21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왼쪽)로부터 우호훈장을 받고 있다. [사진 베트남 정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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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수석코치는 “코치가 늘 감독이 원하는 답을 들려줄 필요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면서 “어차피 최종 결정은 감독의 몫이지만, 그 전에 코치들이 제시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최대한 듣는 게 박항서 감독의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왼쪽) 감독과 함께 수석코치로 호흡을 맞췄던 박항서 감독.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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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박 감독은 귀찮은 표정이라곤 없이 일일이 팬들의 요청에 응했다. 박 감독은 “인기는 바람과 같다. 갑자기 몰려왔다가 어느 날 연기처럼 사라진다”면서 “나에 대한 높은 관심 또한 지금 당장에라도 없던 일이 될 수 있다. 2002년에 같은 경험을 해봤기에 특별한 감흥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이른바 ‘박항서 신드롬’을 관리하는 이유는 베트남 축구 역사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축구가 2002년을 기점으로 모든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듯 베트남 축구에도 2018년이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이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박항서가 다른 나라 또는 리그로 터전을 옮길지 모른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자 박 감독은 “나는 (베트남을) 떠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베트남 축구에 이바지할 부분이 아직 남았다는 믿음 때문이다. 박 감독은 “나는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 베트남 축구협회와 계약 기간이 아직 1년 남았다. 계약은 약속이다. 나에게 기회를 준 베트남과의 신뢰를 저버릴 순 없다”면서 “나는 아직 배고프고, 베트남 축구는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노이=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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