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다음해에도 한다고 하면 안 왔을 텐데….”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22일 서울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SHARE THE DREAM 2019 Team of The Year’ 자선경기에 특별 게스트로 참여했다. 직접 경기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하프타임 이벤트에 참가하고 선수들을 격려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박 감독은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날아왔다. 홍명보장학재단 이사장인 홍 전무는 지난 2003년부터 자선 축구 경기를 개최해왔다. 16번째를 맞은 올해 마지막으로 행사를 치르기로 결정하면서 박 감독도 없는 시간을 짜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박 감독은 “올해 끝이라는 얘기를 듣고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쉬움도 있다. 본인 나름대로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베트남축구협회에 설명을 하고 꼭 다녀와야겠다고 했다. 허락을 받고 오게 됐다”라며 행사에 참석한 이유를 설명했다.
다음은 박 감독과의 일문일답.
-2002 멤버들이 예전 같지 않다.
당연한 것 아닌가. 16년 전 일이다. 마음도, 몸도 다 노쇠해간다.
-2002 멤버를 만난 소감은?
2002년을 생각하거나 당시 멤버들을 만나면 그냥 웃음이 난다. 즐겁다.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가 영광, 환희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국민의 사랑, 격려를 받았다는 점도 기억이 난다. 광화문의 거리응원도 떠오른다.
-바쁜 와중에 왔다.
20일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25일에 북한과 A매치가 있다. 훈련을 하고 있다. 홍명보 전무 전화를 받았다. 2003년 이후 이 자선경기를 계속 하고 있다. 저도 매년 이 행사에 참여를 했다. 자선경기가 사실 홍 전무뿐 아니라 축구를 하는 사람들에게 의미가 크다. 제가 직접 하지는 못하지만 후배가 하기 때문에 참석하고 싶었다. 다음해에 한다고 했으면 안 왔을 것 같다. 올해 끝이라는 얘기를 듣고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쉬움도 있다. 본인 나름대로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베트남축구협회에 설명을 하고 꼭 다녀와야겠다고 했다. 허락을 받고 오게 됐다.
-총리 훈장을 받았다고 들었다.
21일에 훈장을 받았다. 협회에서 (선수들) 등급을 구분해야 한다고 하더라. 저는 우정훈장을 받았다. 베트남에서는 의미 있는 훈장이라고 들었다. 노동 3급 훈장을 이미 받아 그 이상은 없다고 한다. 베트남과 한국의 가교 역할을 했다는 점을 인정 받았다. 양국의 협력에 일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선수들과는 어떤 대화를 나눴나?
K리그 선수들 중에서는 상주 있을 때 함께한 선수들이 있다. 2002 멤버들은 40대에 50대까지 있다. 내 말에 권위가 안 선다. 그래도 반갑다. 저녁에 간단하게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일자리 없는 친구들이 많다. 능력 있는 후배들이 좋은 자리를 찾아 갔으면 좋겠다.
-입국해 인사를 받았나?
큰형님, 작은형님께 한국에 왔다고 인사를 드렸다. 축하한다고 인사를 받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과 만났다.
2002 시절 이름을 들어본 것 같지만 뚜렷한 기억은 없다. 지금 벤투 감독이 한국 축구를 잘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계속 벤투 감독이 한국 축구를 잘 다져놓는 인물로 남기를 바란다. 제 조국은 대한민국이다.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지만 베트남 감독으로 도울 게 없을 것 같다. 마음으로 응원하겠다.
-북한전에 임하는 소회는?
베트남에서 북한과 한다고 별 것은 없다. 평범한 A매치다. 한편으로는 감회가 새롭기는 하다. 저는 북한과 1977년에 청소년대회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감독으로는 2002년 아시안게임 전에 한 번 했다. 특별한 인연은 없다. 스즈키컵이 끝난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경기에 뛰지 못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한다. 이영진 코치가 잘 준비하고 있다. 북한은 한 민족이니까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
-2018년은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은가?
저에게 기적 같은 행운을 준 해다. 그 행운이 혼자 만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선수들, 관계자들, 특히 코칭스태프가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많은 분들이 정상에 갔을 때 떠나야 하지 않냐고 말을 하신다. 옳은 말씀이다. 그러나 저는 아직 계약 기간이 1년 넘게 남아 있다. 그 기간까지는 할 것이다. 지켜야 할 약속이다.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 피해갈 생각이 없다. 책임져야 한다.
-스즈키컵 부담은 컸을 텐데, 아시안컵은 다를 것 같다.
제가 23세 이하 대표팀과 A대표팀을 같이 하니까 힘들다. 아시안컵 끝나면 23세 예선이 또 있다. 부담이 있다. 베트남축구협회, 국민이 기대하는 대회가 다 다르다. 아시안컵엔 강팀이 많아서 어느 정도만 하면 된다. 대회 자체에 대해서는 똑같이 준비한다. 시합 준비의 처음과 끝은 늘 같다.
-아시안컵 목표는 세웠나?
예선 통과만 하면 우리에게는 큰 성공이라고 본다.
-지지하는 팬들이 많다.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일은 베트남에서 하지만 제 조국은 대한민국이다. 한국이 아닌 타국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명감이 더 무겁다. 지혜롭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늘 다짐한다. 스즈키컵을 통해 받은 관심, 응원이 저에게 부담은 됐으나 큰 힘이 됐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감독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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