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공사서 이적 기업은행 박상미
벤치 지켜도 적극적 모습 보이자 데뷔 후 처음 주전 리베로 기용
팀 선두경쟁에 숨은 일꾼 활약… “고교 동기 이소영 활약도 자극”
프로 ‘7년차’ 리베로 박상미는 올 시즌 이적한 IBK기업은행에서 처음으로 주전 기회를 얻었다. 17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구단 체육관에서 만난 박상미는 “이제야 배구가 일상이 된 것 같다. 어렵게 온 기회를 오만하고 풀어진 모습으로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며 각오를 다졌다. 용인=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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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점 만점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아직 100% 만족할 만한 플레이라는 걸 경험해 보지 못했거든요. 저는 이제 시작이니까요.”
17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체육관에서 만난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리베로 박상미(24)는 경기력에 대한 만족도를 점수로 표현해 달라는 말에 마치 신인처럼 답했다. 프로 데뷔 7년 만에 꿈에 그리던 주전 기회를 잡은 그였지만 각오는 여느 신인보다 더 뜨거웠다. 실제로 최근 데뷔 후 첫 수훈선수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상미는 선수 자리가 아닌 취재진의 옆자리에 앉는 신인 같은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시즌 트레이드로 KGC인삼공사에서 이적해 온 박상미는 선두 경쟁 중인 3위 IBK기업은행(승점 26점)의 숨은 일꾼이다. IBK기업은행은 19일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패하며 연승 행진이 중단되긴 했지만 선두 GS칼텍스(28점)와 승점 단 2점 차다. 시즌 초반 리베로를 두고 고민했던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2라운드 후반부터 교체 선수로 주로 뛰던 박상미에게 주전 리베로 자리를 맡겼다. 이 감독은 “상미는 일명 얼굴에 철판을 깐 선수다. 교체 선수라고 쭈뼛대지 않고 늘 적극적인 모습을 좋게 봤다”고 말했다. 박상미는 팀에서도 손꼽히는 분위기 메이커다.
정작 박상미는 “팬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면서도 “사실 ‘아직 내가 이럴 때가 아닌데’ 하는 걱정도 많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그냥 넘기고 싶지 않다. 이 기회가 온전히 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든 또 누군가에게 넘겨줄 수 있기에 더욱 끈을 조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매 시즌이 끝날 때면 구단이 재계약을 해줄까 고민했던 절박함이 묻어났다. 한때 실업팀 생활도 고민했던 박상미는 “인생에서 세 번의 기회가 있다면 지금이 그 첫 번째인 것 같다. 앞으로 해야 할 게 많다”고 했다.
전주 근영여고 동기인 GS칼텍스 이소영의 활약도 좋은 자극이 됐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무릎 수술을 받았던 이소영은 이번 시즌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외동딸인 박상미는 “부모님이 소영이의 활약을 보며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고 한편으로는 ‘내 딸도 잘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시겠다 싶었다”고 했다.
남자부 현대캐피탈의 리베로 여오현을 롤 모델로 꼽는 박상미는 “오현 선배처럼 리더십도 있고 코트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분출하는 리베로가 되고 싶다”고 했다. 좌우명은 ‘네 노력을 믿어라’다. 평소 밝게 웃는 얼굴 때문에 ‘하회탈’로 불리는 박상미는 “돌이켜 보면 지금까지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 그 노력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며 활짝 웃었다.
용인=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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