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모델 안모(25)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지난 5월 12일 서울 마포경찰서를 나서 서울서부지법으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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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미술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몰래 찍어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모델 안모(25)씨가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안씨가 구속되자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통상적 몰래카메라 범죄와 달리 가해자가 여성이라 구속까지 시킨 편파 수사"라며 경찰과 사법부를 비판하는 이른바 ‘혜화역 시위’를 수차례 열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이내주)는 20일 성폭력범죄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안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얼굴과 신체 중요 부위가 노출된 피해자는 극복하기 어려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현재 피해자의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돼 제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은 가해자나 피해자의 성별과 관계 없다"며 "피해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권리를 침해당하고 피해도 심각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앞서 1심 재판부도 "피해자가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 처벌의 강도가 달라질 수는 없다"며 "통상적인 몰카 범죄와 달리 가해자가 여성일 경우 처벌이 강도 높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안씨는 지난 5월 1일 홍익대 회화과 인체누드 크로키 전공 수업에 모델 자격으로 참여하던 중 휴식 시간을 틈타 피해 남성모델 A씨의 나체 사진을 몰래 촬영해 남성 혐오 성향 사이트인 워마드에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안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 휴게 공간 문제로 A씨와 다툰 뒤 홧김에 A씨 사진을 몰래 촬영해 커뮤니티에 게시했다고 진술했다.
안씨는 범행 직후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사진을 촬영했던 휴대전화를 한강에 던져 증거를 인멸한 혐의도 받는다. 안씨는 또 갖고 있던 휴대전화 2대 중 1대를 분실했다며 경찰에 다른 휴대전화를 제출했다. 아울러 안씨는 워마드 관리자에게 자신의 IP주소와 로그 기록, 활동 내역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안씨에게 "피해자가 극심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고, (사진이) 여러 사이트에 유포돼 완전한 삭제는 불가능하다"며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한편 안씨는 형사재판과 별도로 피해자 A씨에게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해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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