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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미드 속 동양인은 나약하지 않아요"

조선일보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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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미드 속 동양인은 나약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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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1400만 인기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 총괄 제작자 안젤라 강
까무잡잡한 피부에 쌍꺼풀 없는 눈, 얇게 그린 눈썹까지 영락없는 한국인인 안젤라 강(42)이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걸어왔다. 전 세계에 좀비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미국 AMC 채널 드라마 '워킹데드'의 쇼 러너(Show runn er·총괄제작자). 19일 서울 강남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린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더 스토리 콘서트' 행사 초청 연사로 방한한 안젤라 강은 "말로만 듣던 부모님의 땅을 밟아 영광"이라며 빙그레 웃었다.

2010년 시작된 좀비 드라마 '워킹데드'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TV 프로 중 하나다. 시청자 수 1400만명을 기록했다. 안젤라는 2011년 '시즌2'에 스토리 작가로 합류해 지난 1월부터 '시즌 9' 총괄제작자 자리에 올랐다. 그는 "대본부터 연출까지 제작 전반을 관리한다"며 "여러 작가가 쓴 대본이 10년 가까이 이어진 시리즈 스타일과 맞는지 확인하고, 연출 과정에서 의도한 것이 제대로 구현되는지 총괄한다"고 했다.

좀비 신드롬을 일으킨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 총괄 제작자인 한국계 미국인 안젤라 강은 “나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말에 서툴지만, 내 아들은 나보다 더 잘하기 바란다”며 웃었다. /이진한 기자

좀비 신드롬을 일으킨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 총괄 제작자인 한국계 미국인 안젤라 강은 “나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말에 서툴지만, 내 아들은 나보다 더 잘하기 바란다”며 웃었다. /이진한 기자


동양인이자 여성으로서 처음 '워킹데드' 쇼 러너를 맡은 그는 "미국에서 남성에 의해 주도되는 쇼 러너 자리에 나 같은 '마이너리티(minority·소수자)'가 앉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여성이란 이유로 성과에 비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여성의 강점인 소통 능력을 앞세워 스태프들, 배우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비교적 순조롭게 쇼 러너로 승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여성이자 동양인인 그의 정체성은 드라마에도 녹아 있다. 워킹데드에는 '캐롤' '메기' '미숀' 등 좀비에 맞서 싸우는 용맹한 여성 캐릭터가 많은데, 그는 "내가 여자라 진취적 여성 캐릭터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워킹데드는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라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나와서 자기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도 워킹데드의 '글렌' 역할로 명성을 얻었다.

"미국에서 아시아계 남성은 약하다는 이미지가 있어요. 저는 예쁜 여자 친구가 있고 또 영웅이기도 한 '글렌' 캐릭터로 이런 선입견을 깨부수고 싶었어요."


1975년 미국으로 건너간 부모 밑에서 3남매의 장녀로 자랐다. "돌좝이? 첫 돌 때 붓을 집었대요. 글을 쓰라는 운명이었던 거죠."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집에선 늘 한국 음식을 먹었다. 어릴 때부터 먹던 미역국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 지금도 생일 때면 한 대접씩 먹는다. 그는 "불고기와 갈비찜도 만들 줄 알지만 사 먹는 게 싸다"며 웃었다.

안젤라는 또 "미국에서는 'K뷰티'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어 주변 친구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K팝, K 드라마에 대해서도 "언어·문화적 장벽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이미 한국 콘텐츠는 전 세계 사람들이 좋아할 요소를 가졌다는 점을 증명해보이고 있다"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한국인들이 진출해 세계를 상대로 더 많은 것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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