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의 아빠 미소. [VTV 영상 캡처] |
박 감독은 지난 4월 국내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실 사람들이 나를 '파파(아빠)'라고 부르는 이유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베트남에 갔을 때 영어와 베트남어를 할 줄 몰랐다"며 "내가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피지컬(physical·육체적인) 접촉 뿐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매 경기가 끝나면 나는 주장과 피지컬적인 접촉을 통해 긍정적인 요소를 보여준다"며 "우리 팀이 패했을 때는 더 안아주고 등을 토닥거렸다"고 설명했다.
신체 접촉을 많이 함으로써 선수들에게 마음의 안정과 편안함을 줄 수 있다는 게 박 감독의 얘기다. 그는 "내가 경기 중 선수들에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땐 행복하다는 의미"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기자회견장에 난입해 물뿌린 선수 쓰다듬는 박항서 감독. [VTV 영상 캡처] |
실제 지난 16일 박 감독이 대회우승 관련 기자회견을 하던 중 선수들에 다정하게 스킨십하는 모습이 찍힌 영상이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베트남 국영TV인 VTV가 찍어올린 영상에 따르면 선수들은 박 감독의 기자회견장에 갑자기 문이 벌컥 열며 뛰어들어왔다. 이들은 박 감독에 물을 마구 뿌리며 깡충깡충 뛰더니 박 감독을 잡아 흔들고 탁자를 마구 내리쳤다. 때문에 기자회견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박 감독은 싫은 내색 없이 선수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한 선수의 볼을 쓰다듬고 어깨를 토닥였다. 선수들이 나간 뒤 그의 입가에는 아빠 미소가 번졌다.
'덕장'의 모습을 보여준 박 감독은 올해 베트남을 빛낸 최고의 인물에 오르기도 했다. 베트남 국영 VTV1은 해마다 그해 가장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인물을 뽑는데 이번에 극히 이례적으로 외국인인 박 감독이 선정됐다.
박 감독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과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동시에 취임하면서 베트남 축구 역사를 완전히 새로 썼다.
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사상 처음으로 준우승 신화를 만들었다. 지난 9월 끝난 아시안게임에서도 베트남 축구 사상 최초로 4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최근 스즈키컵 대회에서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려 베트남 축구 팬들을 열광시켰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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