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딥:풀이]② 25주년 '출비' 김경식 "관객사기꾼? 영화로는 전과 42범이죠"

MBC '출발 비디오 여행' 의 김경식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장아름 기자 =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은 '공기' 같은 프로그램이다.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공기처럼 늘 그 자리에 존재하는, 하지만 사라진다면 당장 티가 나게 될. 매주 일요일 '출발! 비디오 여행'을 보며 나른한 오후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시청자들이 여전히 많고, 몇몇 시네필들은 아직도 이 방송을 꼭 챙겨보며 새로운 영화를 추천받는다.

비디오 산업이 흥하던 지난 1993년 처음 방송을 시작한 프로그램은 매주 대중에게 흥미진진한 신작, 숨겨진 명작 등을 소개하며 대한민국 대표 영화 소개 방송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5년 동안 소개한 영화만 1만 편이 넘을 정도다. 비슷한 포맷은 유사 프로그램이 생겼음에도 '출발! 비디오 여행'은 영화를 맛깔스럽게 소개하는 특유의 매력에 깊이 있는 시각을 더해 대체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출발! 비디오 여행'의 대표적인 진행자 김경식은 25년 동안 방송을 이어온 원동력으로 의리의 '어벤저스' 팀을 꼽았다. 진행, 편집, 더빙 등 각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오랜 시간 함께하며 방송을 만들고 있다는 것. 제작 시스템과 노하우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에 꾸준히 명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25년 동안 장수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매너리즘이 없을 수 없는 데다, 비디오 산업이 사양길로 들어서며 변화를 맞아야 했다. 연출을 맡은 최현진 PD 역시 이 때문에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럼에도 '출발! 비디오 여행' 팀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너무 익숙해 신선하지 않은 포맷은 고루하지 않은 편집과 트렌디한 음악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코너도 발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비디오 산업의 몰락 이후에는 오히려 다루는 영화의 영역을 확장해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했다. 이제 '출발! 비디오 여행'은 단순한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넘어, 노포처럼 오랜 역사를 이어가는 '명품 프로그램'을 꿈꾸고 있다.

[N딥:풀이]가 진행되던 날, 김경식과 최현진 PD는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에도 영화 얘기에 여념 없었다. 매거진에 소개된 영화부터 새로 접한 캐나다 드라마까지 다양한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했다. 물론 인터뷰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시청자들에게 더 다채롭고 흥미로운 영화를 소개해주고 싶다는 이들의 '딥'한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N딥:풀이]①에 이어>

- 김경식씨는 시청자들에 '관객 사기꾼'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어요.(웃음) 김경식씨 믿고 영화를 봤는데 재미가 없어서 낚였다는 반응도 있고요.

▶ (김경식) 보험사기꾼 보다 낫지 않나요? (웃음) 주식 사기꾼도 아니니까 얼마나 다행이에요. 영화 사기꾼은 괜찮죠! 영화가 재미 없더라도 그 자체에서 또 다른 재미를, 흥미를, 의미를 찾는 거죠. 저는 아마 지금 영화로는 전과 42범 정도 됐을 거예요. 더 열심히 해서 시청자 분들의 마음의 징역을 풀어드리겠습니다!

- '뤽배송 감독에게 퀵배송 부탁받았다'와 같은 이런 애드리브는 본인이 직접 하는 건가요.

▶ (김경식)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멘트가 모두 애드리브냐는 질문이에요. (웃음) 사실 작가가 애드리브도 써주기도 하고 진행자인 아나운서 두 분이 리액션을 그렇게 잘 해주세요. 자신들도 두세 번 본 영화인데 한 번도 안 본 것처럼 반응해주더라고요. 12년 전 영화라 본인들도 세 번 이상은 봤는데 그렇게 잘 연기해줘서 고맙죠.

- 이 영화, 내가 봐도 재미없는데 재미있게 소개한 적도 있나요.

▶ (김경식) 대부분이 그렇죠. (웃음) 사실 '출발 비디오여행'이 소개하는 영화가 흥행 대박 난 영화, 1000만 영화보다는 우리가 몰랐던 영화, 옛날에 재밌었는데 다시 꺼내서 보니 재미있거나 재해석해서 보면 재미있는 영화이기도 해요. 그때 무섭게 봤던 공포영화가 몇 년 지나고 보면 안 무서울 때도 있잖아요. 다른 시각으로 다시 보면 재미있는 그런 영화들을 더 소개하려고 하죠.

- 대본 회의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나요.

▶ (김경식) 사실 바빠서 대본 작업 참여는 못해요. 후배들이 다 알아서 하는데도 먼저 제가 한 번도 전화하거나 한 적은 없어요. 일을 더 하라고 하면 할수록 저만 돋보이니…. 판을 더 키우면 키울수록 저만 더 좋아요. (웃음) 그렇기도 하고 제작진을 먼저 신뢰하니까 굳이 얘기는 안 하는 편이에요.

- '출발 비디오여행' 외에도 영화 관련 프로그램이나 박경림씨가 활약 중인 제작보고회 진행 분야는 욕심 나진 않는지요.

▶ (김경식) 제작보고회는 경림이가 다 장악했더라고요.(웃음) 경림이가 너무 잘하는 건 알죠. 저는 영화 자체 소개를 잘하는데 그 친구는 배우들과의 소통을 너무 잘하더라고요. 유학도 다녀와서 외국 배우들과 영어로 소통도 가능하기도 하고요. 저는 그래도 경림이가 워낙 착한 아이라 더불어 사는 사회를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일동 폭소)

-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혹은 재미를 못 살린 영화가 있다면요.

▶ (최현진) 얼마 전에는 '리얼'을 그렇게 얘기하셨어요.

▶ (김경식) '리얼'은 '레알' 못 살렸어요.

▶ (최현진) 녹화를 다 하고 나서 한숨을 쉬셨어요. 그게 방송에도 그대로 나갔어요. (웃음)

▶ (김경식) 이건 시청자 분들도 다 공감을 하는 거예요. 김수현씨가 아깝고 안타까우니까요. 한국이 사랑하는 대형배우인데 그 김수현씨가 그런 영화에 출연했다는 게 아까운 거죠.

▶ (최현진) 역시 잘한 것 보다 못한 게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 (김경식) 영화를 다 살려보려고 해요. 대부분의 영화들은 골든타임 직전에 와서 다 살렸는데 '리얼'은 살리질 못했어요.(웃음)

▶ (최현진) '리얼'은 편집도 힘들었어요. 아무리 편집해도 스토리가 진행이 안 돼서 어려웠죠.

▶ (김경식) 가면 쓴 남자가 김수현이 맞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 PD가 보는 김경식씨가 17년간 꾸준히 진행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 (최현진) 선배님(김경식)은 정말 감각이 살아 있으세요. 특유의 리듬감도 있고 대본 소화력이 진짜 남다르세요. 선배님의 소화력, 발음은 아무도 못 따라가요. 제작진이 봐도 조금 재미없는 대본인데 선배님이 소화하시면 '동물적으로 이렇게 소화를 하시네' 한 적이 많아요. 워낙 베테랑이셔서 대본을 훑어보시고는 녹화를 바로 시작하시는데 에너지를 30~40분 집중적으로 쏟아내시고는 녹화를 끝내세요. 녹화 중에는 저희가 흐름을 끊으면 안 돼요. 선배님 흐름을 끊어지면 재미 없어진다고 뭐라 하세요. (웃음) 저희가 막대한 텍스트를 드려도 알아서 흐름을 만드시고 정확히 어디서 쉬어 가야 하는지 다 캐치해내시는데 매번 감탄하게 돼요.

▶ (김경식) 제가 방송을 26년을 했는데 제일 많이 한 게 '출발 비디오여행'이에요. 틴틴파이브보다 더 오래 했어요. (웃음)

- 영화 대 영화에서 김경식의 컨디션, 편집, 대본 중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 (최현진) 셋 다 중요한데 김경식 선배의 컨디션이 50~60%인 것 같은데요.

▶ (김경식) 제가 볼 땐 대본이 제일 중요해요.

▶ (최현진) 사실 대본이 없어도 선배님이 다 살리시거든요. (웃음) 선배님이 하시면 다 재미있어요. 대본이 재미 없어도 막상 선배님이 하시면 재미있는 적이 많아요.

▶ (김경식) 그러지마.

▶ (최현진) 대본이 중요한 것으로 정정하겠습니다. (웃음) 경식 선배 40%, 대본 40%로 정정할게요.

<[N딥:풀이]③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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