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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급성장 일본 탁구, 중국의 만리장성 무너트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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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하리모토 도모카즈. 출처 | ITTF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일본 탁구가 중국의 만리장성을 무너트릴 수 있을까.

최근 세계 탁구계의 화제는 일본의 급성장이다. 아직까진 중국의 벽이 워낙 높지만 일본이 2년 뒤 도쿄 하계올림픽에서 사상 첫 금메달 획득을 목표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여자 단체전에서 사상 첫 은메달을 따더니 2년 전 리우 올림픽 땐 남자 단체전에서도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리우 대회에선 여자 단체전 동메달, 남자 단식 동메달도 손에 넣었다.

그런 일본이 도쿄 올림픽을 향해 가속을 붙이고 있다. 13~16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8 국제탁구연맹(ITTF) 그랜드파이널스’는 일본이 탁구에서도 시상대 맨 위에 오를 수 있음을 알린 대회였다. 이번 대회는 한 해 ITTF 투어에 참가한 선수들 중 남·여 단식 16명, 남·여·혼합복식 8개조만 추려 초청한 ‘2018년 왕중왕전’ 성격의 대회였다. 일본은 이토 미마-하야타 히나가 출전한 여자복식에서 중국의 첸싱통-순잉샤를 세트스코어 3-0으로 완파해 우승하더니, 하리모토 도모카즈가 남자 단식에서 중국의 린가오위안을 세트스코어 4-1로 꺾고 정상에 올라 금메달 두 개로 종합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이번 대회가 세계 탁구의 최강자를 정확하게 반영했다고 할 순 없다. 중국은 복식의 경우 파트너를 계속 바꿔서 나오기 때문에 각 조가 쌓은 포인트가 낮다. 그래서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은 아예 한 팀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의 금메달은 중국이 출전한 종목에서 나왔기 때문에 낮게 볼 수준도 결코 아니다. 특히 일본 선수들이 어린 나이에 우승했다는 것이 눈길을 끈다. 하리모토는 2003년생으로 만 15살, 올해 중학교 3학년에 불과하다. 여자복식 우승 조 중에선 이토가 18살로 고교 3학년이다. 이들의 기량은 현재진행형으로 보는 게 맞다. 어린 나이에 탁구를 시작했고 일본 체육계가 정책적으로 키우는 선수들이란 점도 빼 놓을 수 없다. 그 중에서도 하리모토가 시선을 모은다. 그는 사실 중국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귀화 선수다. 출생지는 일본 센다이지만 부모 모두 중국에서도 수준급 실력을 갖고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가 결혼했다. 원래 장즈허라는 중국 이름을 갖고 있었으나 4년 전 일본 국적을 취득하면서 이름을 바꿨다. 중국인 유전자와 일본의 육성 방식이 혼합된 경우다. 이토는 10살에 일본선수권 여자단식 우승을 차지한 ‘신동’이다. 2015년 인천에서 열린 코리아오픈에서 같은 나이의 히라노 미우와 짝을 이뤄 여자복식을 제패하는 등 10대 초반부터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도쿄 올림픽에선 기존에 열렸던 남·녀 단체전과 남·녀 단식 외에 혼합복식까지 총 5개 종목이 열린다. 남·녀 복식은 없다. 일본 입장에서 하리모토에 더 기대를 거는 이유다. 올림픽에선 단식의 경우 한 나라에서 두 명만 출전할 수 있어 중국 선수들만 상대하다가 지치는 확률도 적다. 일본은 아울러 혼합복식에도 많은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분식 MBC 해설위원은 “하리모토는 세계랭킹 1위 중국의 판전동이 8강에서 브라질 대표 우구 카우데라누에 패한 반사이익을 누린 것도 있다. 그러나 실력 만큼은 확실하게 인정받았다”며 “아주 어린 나이(2살)부터 라켓을 잡고 탁구를 시작한 케이스다. 일찌감치 시작해 10년 넘게 쳤기 때문에 15살이라고 해서 얕볼 수 없다”고 했다. 이토에 대해선 돌출 러버를 활용하면서 테이블에 붙어 빠른 공격을 하는 스타일을 높게 평가했다. 이에 더해 엘리트와 생활체육을 거쳐 다시 엘리트로 전환하는 일본 체육의 트렌드와도 이들이 잘 맞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탁구 관계자들은 “신유빈(14), 오준성(12) 등 기대주들이 한국 탁구의 대들보로 커나가기 위해선 일본의 선수 육성 과정을 잘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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