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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연합시론] '박항서 매직'이 끌어올린 '한-베 우호' 민관이 강화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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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항서 열풍'이 한국과 베트남에서 거세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이 10년 만에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우승한 지난 15일 베트남 전역은 열광의 도가니였고, 국민들은 잠을 못 이뤘다고 한다. 경기장 안팎에서는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가 태극기와 함께 휘날렸다. 국내에서도 해당 경기를 이례적으로 생중계한 한 지상파 방송사가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쌀딩크' 박 감독의 활약에 국민 시선이 쏠렸다.

동남아에서 축구 변방으로 통하던 베트남을 박 감독이 일약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자 베트남은 그를 국민적 영웅으로 대한다고 하니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 젊은 층에서는 그를 인자하고 겸손한 이미지로 국민을 가족처럼 대하고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국부(國父) 호찌민에 비교하기도 한다. 박 감독 개인의 영예만 높아진 게 아니라 한국이나 한국기업을 향한 베트남인의 시선도 우호적으로 확 바뀌었다고 하니 더 반갑다. 우리 군의 베트남전 파병으로 양국 간에 한때 있었던 어두운 역사마저 지워진 듯하다. 역대 우리 정부나 그 어떤 기업도 이뤄내지 못한 외교적 성과를 박 감독 한 명이 올린 셈이다.

박 감독이 베트남 국민에게 이처럼 감동을 주는 데는 '파파 리더십'이라 불리는 그의 부드러운 지도력이 크게 기여했다. 소탈한 외모에 말도 어눌하지만 선수들에겐 더없이 다정다감하다. 항공기로 이동할 때 부상 선수에게 자신의 비즈니스석을 양보하는가 하면 선수들 발을 직접 마사지해주는 등 '아빠'처럼 선수단과 소통하고 공감한다. 이번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승리한 직후 선수들이 박 감독에게 몰려들어 기습 뽀뽀를 하는가 하면 박 감독의 머리에 물을 들이붓는 등의 행동을 격의 없이 하는 모습에서 박 감독과 선수들의 관계가 어떠한지를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스즈키컵 우승을 이끈 박 감독은 현지 기업이 자신에게 제공한 우승축하금 10만 달러도 베트남 축구 발전을 위해 쾌척해 베트남인에게 감동을 줬다고 한다.

박 감독이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한-베트남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강화해 나가는 것은 이제 우리 정부와 정치권, 기업의 몫이다. 베트남은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 핵심거점으로 꼽히는 나라다. 경제적 면에서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3번째 수출시장이다. 현지에는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 등 많은 우리 기업이 진출해 있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이주 여성 중에서도 베트남 국적이 가장 많아 '사돈국가'라 불리기도 한다. 교류의 역사도 깊다. 고려 때 안남국(현 베트남) 왕자들이 정난을 피해 고려로 망명, 정선 이씨와 화산 이씨 가문을 일궜다고 한다.

한국과 베트남은 외세의 숱한 침탈과 국토 분단 등 역사적 공통점이 적지 않다. 높은 교육열과 부지런한 민족성 등 닮은 점도 많은 편이다. 동남아 국가 중에서 인종적으로도 우리와 가장 가깝다. 한 마디로 미래의 동반자로 아주 적합한 나라다. '박항서 매직'으로 조성된 강한 유대감을 토대로 두 나라가 한때의 어두운 역사를 뒤로하고 미래지향적이고 가족 같은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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