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장에서 우승의 기쁨을 누리는 베트남 축구대표팀. (사진=베트남 징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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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을 관리하려고) 센터에서 자겠다고 했죠."
박항서 감독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뒤 가장 먼저 선수들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축구는 몸 싸움을 기본으로 하는 스포츠다. 그런데 베트남 선수들은 저체중이 많았다. 몸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으니 성적이 나올 수 없었다.
베트남으로 함께 이동한 배명호 피지컬 코치를 비롯해 베트남축구협회, 현지 의사 등과 상의해 식단을 짰다. 또 훈련 후에는 상체 근육을 키우기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집중적으로 지시했다.
단순히 지시만 하지 않았다. 합숙 훈련 중 호텔 생활을 하지 않고, 선수들과 함께 센터에서 지냈다.
효과는 나타났다.
1월 중국에서 열린 23세 이하(U-23) 아시아 챔피언십에서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준우승이라는 결과를 냈다.
박항서 감독은 U-23 아시아 챔피언십이 끝난 뒤 "인바디를 측정했는데 체지방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 오른발, 왼발의 밸런스가 무너져 부상 위험이 있다고 했다. 마지막은 상체 근육이 부족했다"면서 "합숙을 하면 나는 원래 호텔에서 자는데 센터에서 자겠다고 했다. 대신 먹는 것을 내 요구대로 해달라고 했다. 우유, 두부, 생선, 고기 등 고단백질을 계속 공급했다. 밤 9시30분부터 30~40분 동안 일주일에 4~5회 상체 운동만 시켰다"고 웃었다.
이영진 수석코치도 "베트남 선수들이 신체조건이 조금 작고, 저체중이 많았다"면서 "작은 것은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만 체중이 더 나가서 파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몸이 만들어지면서 탄력이 붙었다. 자신감도 생겼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4강이라는 베트남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냈다. 이영진 수석코치와 배명호 피지컬 코치는 물론 베트남 스태프들과 선수들도 박항서 감독을 믿고 따른 덕분이다.
박항서 감독은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중국 대회부터 나 혼자 힘으로 감당할 수 없었다. 한국인 이영진, 배명호 코치, 베트남 코치, 스태프가 있다. 스태프도 최선을 다해줬다"면서 "선수들도 훈련할 때 적극적으로 잘 따라줬다. 이런 것이 합심했기에 잘 나왔다"고 강조했다.
23세 이하 대회였지만, 두 대회 연속 성적을 내면서 베트남 축구에 만연했던 패배의식이 조금씩 사라졌다.
몸도, 정신도 바꿨다. 그야말로 베트남 축구의 체질개선이었다.
스즈키컵에서 박항서 매직이 완성됐다. 박항서 감독은 앞선 두 대회에서 성적을 낸 23세 이하 선수들을 주축으로 스즈키컵 대표팀을 꾸렸다. 베트남의 평균 연령은 23.69세로 스즈키컵 참가국 가운데 3번째로 어렸다.
결과는 우승이었다. 이미 승리의 기쁨을 맛본 베트남은 단 한 경기도 패하지 않고 스즈키컵 정상에 올랐다.
박항서 감독은 "사실 베트남 선수들은 자신감이 많이 결여됐고, 패배의식이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많이 개선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추진력과 목표의식은 정말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이제 내년 1월 아시안컵이 기다리고 있다. 사실 베트남에서는 스즈키컵보다 등한시하는 대회. 하지만 이제는 베트남에서도 기대가 생겼다.
박항서 감독은 "도전하는 입장에서 이영진 수석코치와 함께 어떻게 준비할지 의논을 마친 상태"라면서 "베트남이 경쟁력이 조금 떨어지겠지만, 어린 선수들인 만큼 부딪히고 경험해보자고 말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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