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매직'에 베트남은 축제중..곳곳에 태극기 물결

15일 오후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이 열린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 밖에서 하노이 시민들이 박항서 감독 모형피켓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항서 감독이 15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승리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박항서 매직’을 등에 업은 베트남이 10년 만에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우승하자 베트남 전역은 발칵 뒤집혔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15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경기장에서 열린 2018 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1-0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베트남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베트남 곳곳에선 일제히 환호성이 쏟아졌다. 국민들은 일제히 거리로 뛰어나와 서로 얼싸안으며 춤을 췄다. 손을 번쩍 들어 주먹을 불끈 쥔 채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팬들도 있었다.

흥분한 팬들은 부부젤라를 불거나 북, 냄비 등을 두드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요란하게 불꽃을 터뜨리는가 하면 오토바이와 자동차 경적을 울리는 등 엄청난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많은 베트남 국민들은 박항서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많은 팬들이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와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베트남 보딕(우승)’, ‘베트남 꼬렌(파이팅)’, ‘박항세오(박항서의 베트남식 발음)’ 등을 외쳤다.

곳곳에서 박항서 감독의 대형 사진이 이어졌다. 박항서 감독과 같은 머리 모양과 안경을 쓴 채 태극기를 어깨에 두르는 ‘박항서 코스프레’를 한 팬도 찾아볼 수 있었다.

베트남 하노이 한인회는 이날 태극기 1만장을 제작해 미딘경기장 앞에서 현지 축구 팬들에게 나눠줬다. 덕분에 평소 경기보다도 더 많은 태극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 국민들만이 기뻐한 것이 아니었다. 경기를 직접 관람하던 베트남 권력서열 2위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서열 3위인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함께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푹 총리는 경기장에 내려와 박항서 감독과 선수들을 한참이나 끌어안은 뒤은 뒤 양쪽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웠다.

선수들도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박항서 감독에게로 달려가 헹가래를 치며 감사 인사를 했다. 일반적으로 헹가레는 3번만 치고 마치는게 보통이지만 흥분한 베트남 선수들은 박항서 감독을 10번 이상 들어올렸다. 일부 선수는 대형 태극기를 어깨에 두르며 존경을 표시했다.

우승 기자회견이 열렸을때는 일부 베트남 선수들이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들어와 박항서 감독에게 물을 뿌리며 잡아 흔드는 일도 벌어졌다.

얼굴과 안경에 물을 뒤집어쓴 박항서 감독은 싫은 기색 없이 선수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뒤 한 선수의 볼을 쓰다듬고 어깨를 토닥여줬다.

선수들은 우승에 대한 기쁨과 더불어 박항서 감독에 대한 남다른 고마움을 다소 과격한 방법으로 표현했다. 박항서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선수들이 나간 뒤 박항서 감독은 환하게 아빠 미소를 지어보였다.

선수들의 행동은 박항서 감독과 선수 사이에 벽이 없이 친밀한 관계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었다. 박항서 감독은 평소에도 선수들의 발을 직접 마사지해주는 것은 물론 부상 선수를 위해 자신의 비즈니스석을 양보하는 등 이른바 ‘스킨십 리더십’ 또는 ‘파파 리더십’으로 화제가 됐다.

박항서 감독은 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 축구 사상 처음으로 준우승을 이끌었다. 이어 지난 9월 끝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첫 4강 진출 신화를 썼다.

더 나아가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스즈키컵 우승까지 이끌면서 올해 ‘박항서 매직’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앞서 두 차례나 카퍼레이드를 했던 박항서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다시 한번 카퍼레이드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카퍼레이드는 지난 두 번보다 더욱 성대하고 화려하게 펼쳐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