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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인기는 연기와 같은 것"…'실력 외길' 박항서의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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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 한국 대표팀 코치 시절이던 지난 2002년 6월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일 월드컵 미국-포르투갈전을 거스 히딩크 당시 한국 대표팀 감독과 관전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A매치 1회.

축구를 통해 베트남을 발칵 뒤집어 놓은 박항서 감독의 선수 시절 경력이다. 물론 태극마크 한 번 달지 못하고 축구계를 떠나는 선수들이 많지만 박 감독의 현역 생활이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K리그에선 1984년부터 1988년까지 럭키금성(현 서울)에서 5년간 115경기 20골 8도움을 기록하고 나이 서른인 1989년부터 친정팀 코치를 하는 것으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코치 생활도 하는 둥 마는 둥 감독으로 올라가는 게 요즘 추세다. 하지만 박 감독은 그렇게 힘들다는 축구단 코치 생활을 럭키금성과 수원에서 11년간 하고 나서야 다시 태극마크를 달 수 있었다. 2000년 11월 대표팀 코치로 부임,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며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와 히딩크 리더십을 몸으로 느낀 것이다. 영광을 오래 가지 않았다. 한·일 월드컵 뒤 곧장 맡아 생애 첫 감독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이란에 패하고 3위를 차지하자, 대한축구협회는 박 감독을 경질했다. 박 감독은 이듬 해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최순호 감독 밑에서 포항 수석코치로 일하는 등 후배들을 양성하고 좋은 팀을 만들 동기부여만 있다면 축구계의 이런 저런 관행을 신경쓰지 않고 헌신했다.

사령탑으로서 박 감독의 상승세는 2007년부터 시작된다. 신생팀 경남FC 초대 지휘봉을 잡은 뒤 팀을 첫 해 6강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은 것이다. 경남이 특히 시·도민구단이었기 때문에 그의 지도력을 더욱 빛났다. 까보레와 뽀뽀 등 걸출한 외국인 선수를 발굴하고, 국내 선수들을 잘 조련하는 등 박 감독의 노력이 열매 맺은 순간이었다. 이듬 해 기업구단 전남으로 간 박 감독은 2009년 팀을 6강으로 이끈 뒤 준플레이오프에서 전년도 준우승팀 서울을 승부차기 끝에 눌러 또 한 번 실력 발휘를 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90분 내내 그라운드를 누비는 근성 있는 축구를 추구한다. 아울러 창의력 넘치는 선수들이 자신의 재능을 잘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리더십도 갖고 있다. 2012~2015년엔 군팀 상주 상무를 통해 3번째 프로구단 사령탑이 됐다. 2013년 2부리그 원년 우승 등 팀을 두 번이나 1부리그로 승격시키고 자신의 명예를 지켰다.

이후 1년간 휴식을 취한 박 감독은 지도자 인생의 마지막 꽃을 피우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지난 해엔 내셔널리그 창원시청에서 재기를 노렸다. 마침 그의 능력을 눈여겨 본 곳이 있었다. 바로 베트남축구협회였다. 베트남 대표팀이 일본인 감독 체제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같은 동아시아 한국의 박 감독이 오는 것에 대한 냉소가 어느 정도 있었다. 팬들은 유럽이나 남미 출신 감독을 원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온 ‘미스터 박’은 그런 편견을 완전히 깨트렸다. 체력과 기술, 전술에서 베트남은 다른 동남아 팀들을 압도했다. 그리고 15일 끝난 스즈키컵에서의 정상 등극으로 60살 박항서의 축구가 대박을 쳤다.

“인기는 연기와 같은 것이다.” 박 감독은 지난 1월 베트남을 U-23 아시아선수권 준우승에 올려놓은 뒤 이런 말을 했다. 박 감독은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한국 축구의 주류에서 살짝 비켜나간 상태였다. 다혈질 성격을 꼬투리 잡아 그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는 축구인들도 있었다. 그러나 박 감독에겐 실력과 믿음이 있었다. 언젠가 사라질 스포트라이트를 생각하며 초연하게 자신을 다독인 그의 축구 인생, ‘실력 외길’이 한국에서 외면 받은 그를 다른 세상이 부활시킨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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