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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박항서 사랑'에 빠진 베트남 "한국은 우리의 친구" [ST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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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베트남 다낭=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베트남이 10년 만에 스즈키컵 정상에 올랐다. 베트남 중부의 주요 도시 다낭도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남녀노소 모두가 거리로 뛰쳐나왔고, 금성홍기(베트남 국기)와 태극기가 거리마다 나부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은 15일(현지시간) 오후 7시30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베트남은 지난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부킷 잘릴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 1차전에서 2-2로 비기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황이었다. 결승 2차전에서 0-0 또는 1-1로만 비겨도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지만, 전반 6분 터진 응우옌 아인득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8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위에 이어 다시 한 번 베트남 축구 역사에 남을 업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은 여전히 배가 고팠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스즈키컵에서는 최정상에 오르고 싶다"고 말한 박 감독은 하루 만에 약속을 지켰다.

베트남은 결승 시작 전부터 들떠 있었다. 하노이, 호치민 등 베트남 주요 도시의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주요 채널들 마다 앞 다퉈 결승 2차전을 전망하고,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근 10년 만의 폭우로 홍수 피해를 입은 다낭도 축구 앞에서는 아픔도 잊었다. 이날 역시 적지 않은 비가 쏟아졌지만, TV가 있는 펍과 식당에는 붉은 옷을 입은 시민들이 가득 찼다. 남성 팬들은 '베트남'이 새겨진 머리띠를 이마에 둘렀고, 여성 팬들은 페이스페인팅이나 스티커로 얼굴에 금성홍기(베트남 국기)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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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다가올수록 다낭의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일부 팬들은 부부젤라를 불었고,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거리도 한산해졌다. 언제나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차량과 오토바이로 북적였던 다낭이지만, 오후 7시 이후에는 이동하는 차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과거 '모래시계' 방송 시간에 거리가 조용해졌던 한국의 모습 같았다.

경기가 시작되자 베트남 축구팬들의 열띤 응원이 시작됐다. 베트남이 말레이시아의 공격을 차단하거나, 좋은 공격 기회를 잡을 때마다 탄성이 울려 퍼졌다. 전반 6분 아인득이 환상적인 발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리자, 다낭은 그야말로 떠나갈 듯한 환호성에 휩싸였다. 베트남 팬들은 서로를 껴안고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박항서 감독에 대한 지지도 대단했다. TV 화면에 박항서 감독이 잡힐 때마다 베트남 팬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특히 박 감독이 전반전 심판의 판정에 항의할 때에는 베트남 팬들도 격한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말레이시아 탄쳉호 감독이 화면에 나올 때는 욕설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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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우승이 가까워질수록 베트남은 더욱 흥분했다. 후반 정규시간이 지나고, 말레이시아의 공격이 번번이 실패하자, 우승을 확신한 팬들은 경기 종료 전부터 어깨동무를 하고 행진했다.

이후 종료 휘슬이 울리자 엄청난 환호성이 다낭을 뒤덮었다. 금성홍기와 태극기를 든 팬들은 힘차게 깃발을 휘둘렀다. 기자가 후반전 경기를 시청한 펍에서는 '위 아 더 챔피언'이 울려 퍼졌다.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대표팀의 우승 세리머니와 TV 중계가 끝난 뒤에도 베트남 팬들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기자가 한국 사람임을 안 베트남 팬들은 하이파이브를 요청하거나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박항서 감독의 가면을 쓴 팬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금성홍기를 들고 오토바이를 탄 팬들은 셀 수 없을 정도였다.

K-POP도 울려 퍼졌다. '젠틀맨' '판타스틱 베이비' '에라 모르겠다' 'A Better day' '거짓말' '하루하루' '삐딱하게' '스위트드림' 'Y'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음악이 베트남 대표팀 응원가와 함께 흘러나왔다.

베트남의 한 축구팬은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 어떤 의미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박항서 감독을 매우 사랑한다. 그는 베트남을 위해 많은 선물을 했다"면서 "한국과 베트남은 친구다"라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의 성과가 한국과 베트남 양국 국민들의 거리를 좁히는 모습이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에 좋은 성적뿐만 아니라 한국과의 우정도 선물했다.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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