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미딩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스즈키컵서 우승을 차지한 후 베트남 선수들이 기자회견장에 난입해 기뻐하고 있다.하노이 | 정다워기자 |
[하노이=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지도자 생활 중 가장 행복하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15일 베트남 하노이의 미딩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서 1-0으로 승리했다. 결승 1,2차전 합계 3-2로 앞서며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베트남은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스즈키컵 챔피언에 등극하는 역사를 썼다. 베트남이 오랫동안 염원해온 동남아시아 최강팀 타이틀을 얻으며 화려하게 2018년을 마무리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는 흥미로운 상황이 연출됐다. 박 감독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도중 기자회견장 문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취재진이 소음에 의문을 갖는 찰나 베트남 선수 10여명이 급하게 뛰어들어왔다. 선수들은 박 감독을 향해 돌진했고, 통에 들은 생수를 뿌렸다. 이어 책상을 강하게 두들기며 노래를 불렀다. 우승의 기쁨이 너무 큰 선수들이 만든 돌발상황이었다. 많은 취재진 앞에 선 박 감독 처지에선 당황할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그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 물세례를 끝까지 견딘 후 선수들을 오히려 도닥이며 훈훈하게 상황을 마무리했다. 선수들은 웃으며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고, 박 감독은 수건으로 얼굴과 몸을 닦은 후 기자회견을 이어나갔다.
박항서 감독이 몸에 묻은 물을 닦고 있다.하노이 | 정다워기자 |
이 장면을 통해 박 감독과 선수들이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파파 리더십’으로 각광받는다. 아버지처럼 따뜻하게 선수들을 대하기 때문이다. 부상 당한 선수를 위해 직접 마사지를 하고, 컨디션이 나쁜 제자를 생각해 비즈니스석을 양보한 미담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박 감독은 더 큰 사랑을 받는다. 기자회견장에서의 해프닝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박 감독은 지난 1년간의 기억을 묻는 질문에 “저는 베트남에서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 선수들과 함께할 때 즐겁다. 지도자 생활 중 가장 행복하다”라고 답했다. 박 감독은 1989년 럭키금성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올해로 30년차 지도자다. 그런 그에게 베트남에서의 1년은 의미가 크다. 박 감독이 물세례에 기뻐한 것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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