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 콘퍼런스서 지도방식 공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로 좌절에 빠졌던 축구대표팀은 8월 파울루 벤투 감독(49·사진) 부임 이후 새로운 팀으로 거듭났다.
안정적 빌드업(공격 전개)과 빠른 공수 전환, 강한 압박을 통해 경기 주도권을 쥐는 팀이 된 것. 벤투 감독은 이를 두고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로 표현한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대표팀은 월드컵 등에서 수비적 경기 운영을 했지만 벤투 감독 부임 이후에는 역동적이고 공격적인 축구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평가했다.
‘벤투호’는 우루과이 등 강호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무패 행진(3승 3무)을 이어가고 있다. 벤투 감독은 13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기술콘퍼런스에서 지도 방식을 공개했다. 무엇이 팀을 변화시켰는지 살펴봤다
○ 벤투 사단의 비기(秘記) ‘선수 평가 리포트’
벤투 감독은 코치들과의 분업을 통해 대표팀 후보군에 속한 K리거와 해외파에 대한 ‘선수 평가 리포트’를 작성한다. 이 리포트를 통해 “선수가 6개 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평가한다”고 했다.
공격 조직(전개), 공격 전환(역습), 공격 세트피스, 수비 조직, 수비 전환, 수비 세트피스에서 드러난 장단점을 평가한다. 이 6가지 요소는 벤투 감독이 선수를 평가하는 기본 항목인 셈이다. 공격수라고 해서 공격 능력만 점검하는 것이 아니다. 팀 전체가 경기 내내 강한 압박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공격수도 수비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선수가 소속 팀 경기 도중 포지션이 바뀌면 그 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도 체크한다”고 말했다. 국제대회에서는 상대 전술, 주전 선수 부상 등으로 전술을 변경해야 할 때가 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필요하기 때문에 포지션이 바뀔 때의 모습까지도 점검하는 것이다.
○ 영상을 통한 명확하고 세밀한 지시
벤투 감독 부임 이후 6경기에서 경기를 뛴 선수는 32명이다. 그러나 벤투호는 선수가 바뀌어도 팀 색깔이 변하지 않는다. 벤투 감독이 포지션별로 대표 선수의 조건과 움직임 등을 정립하고 명확하게 지시를 내리기 때문이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팀 전체가 일관된 방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조직력이 빠르게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벤투 감독은 이상적인 중앙 수비수의 조건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기술력과 제공권이 있어야 한다. 전방 압박을 했을 때 수비 뒤 공간을 막아줄 빠른 발도 필요하다. 여기에 수비 라인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과 소통 능력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대표팀이 소집되면 벤투 감독은 새롭게 발탁된 선수를 따로 불러 미팅을 한다. 단순히 구두로 지시하지 않는다. 대표팀 영상을 함께 보면서 해당 선수를 뽑은 이유와 수행해야 할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지시한다”고 말했다. 기존 지도자들은 선수의 움직임에 대해 구두로 설명할 때가 많았는데, 이때는 선수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호할 때가 있다. 그러나 필요한 움직임을 구체적인 영상을 통해 보여주면 훨씬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구체적인 지시 덕분에 선수들도 효율적으로 개인 훈련을 할 수 있다. 일부 선수는 소속 팀에 돌아가서도 대표팀이 요구한 조건의 선수가 되기 위해 개별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 골키퍼까지 패스 훈련
벤투호의 훈련이 끝나면 골키퍼들은 기진맥진한 모습을 보인다. 비토르 실베스트레 골키퍼 코치는 볼 캐치 훈련이 주로 이뤄졌던 과거와 달리 훈련이 시작될 때면 대표팀 골키퍼를 한쪽으로 데려와 패스 훈련을 시킨다. 롱킥부터 패스를 받아 정확하게 땅볼 패스를 주는 훈련까지. 후방 빌드업을 강조하는 벤투 감독의 전술에 맞춰 골키퍼부터 패스 훈련을 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야 일대일과 세트피스 방어 등의 훈련을 시작한다.
필드플레이어의 경우 페드로 페레이라 피지컬 코치가 30분간 워밍업을 지휘한 뒤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가 측면 수비수의 공격 가담 등 세밀한 전술 훈련을 지도한다. 벤투 감독은 “모든 분석 내용 등을 코치들과 공유하며 팀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목표는 내년 1월 아시안컵 우승이다.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정말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했다는 걸 생각하며 준비하자”고 강조했다.
대전=김재형 monami@donga.com / 정윤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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