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AF모터 내장 렌즈 부럽지 않은 빠른 AF 속도
수동 촬영도 편리한 버튼·다이얼 위주의 조작 방식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디지털카메라의 화질과 성능이 상향평준화를 이루면서 카메라 각각의 개성이 희미해지는 경향이 뚜렷했다. 디자인과 브랜드 로고를 제외하고 기능과 화질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이처럼 단조로워지던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제조사마다 규격이 달랐고 기능과 화질도 제각각이다. 디자인도 단순한 외형 차이가 아니라 뷰파인더 유무나 회전식 디스플레이(화면) 등 기능과 융합한 차이라 개성이 뚜렷하다. 올림푸스 펜(PEN) 시리즈처럼 과거의 전통을 디자인과 접목해 호평을 받은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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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리스 카메라 중 후발주자에 속하는 니콘 1 시리즈는 올해 나온 2세대 제품군을 통해 니콘만의 개성을 강화하고 있다. 1세대 제품군은 인기 걸그룹 투애니원(2NE1)이 광고모델을 맡았고 인기 TV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PPL(간접광고)로 나오면서 인기를 끌었지만 경쟁 제품보다 개성이나 매력이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니콘 1 시리즈는 작고 세련된 디자인을 중점으로 한 'J' 라인과 기능을 강화한 'V' 라인으로 나뉜다. 1세대 카메라인 'V1'은 뷰파인더와 핫슈를 빼면 J1과 다를 게 없었다. 2세대 카메라 'V2'는 전작과 달리 기능과 디자인 면에서 완전히 바뀌어 강한 인상을 준다.
미러리스 카메라 중 대부분이 작고 세련된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있다. V2는 이와 달리 철저히 기능에 중점을 두었다. 커다란 그립을 달아 스트랩(끈) 없이도 손에 쥐기 편하다. 핫슈가 뷰파인더 위로 이동해 액세서리 장착 시 무게균형이 한쪽으로 쏠릴 우려를 덜었다. 내장 플래시도 달았다.
외형만 놓고 보면 기존 SLR카메라를 축소한 형태다. 니콘의 필름 SLR카메라 'F80'을 미러리스로 재해석한 것처럼 보인다. J1이나 J2처럼 깔끔한 맛은 떨어지지만 정교한 미니어처(Miniature, 축소 모형) 같은 아기자기함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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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2의 진가는 AF(자동초점)에서 드러난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주로 소형 디지털카메라와 같은 AF 방식을 적용해 AF 속도가 느리다는 혹평을 받아왔다. 반면 V2는 DSLR 카메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게 AF를 잡는다. V2로 사진을 찍을 때 10-30mm 표준 렌즈만을 사용했는데 초음파 AF모터를 내장한 고급 렌즈를 사용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을 정도다.
V2와 타사의 미러리스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번갈아 사진을 찍어 봤다. 야경이나 실내 촬영을 할 때 타사 제품은 초점을 못 잡고 헤매거나 잘못 잡는 경우가 많았지만 V2는 단 한 번을 제외하고 정확하게 초점을 잡았다. 속도도 낮에 야외에서 촬영할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AF의 정확성과 속도로 순위를 매긴다면 3위 안에 들 정도다. 그것도 성능이 낮은 표준 렌즈와의 조합으로 말이다.
연사 속도도 빠르다. V2는 1초에 최대 15장까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연사 촬영 후 이미지 처리 속도도 빨라 오래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스포츠 촬영을 즐기는 사용자라면 V2의 연사 속도가 마음에 들 것이다. 다만 기존 카메라와 달리 연사 촬영을 할 때 화면을 찍고 넘기는 셔터 효과 없이 라이브 뷰 화면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작동음을 꺼 놓은 상태에서는 연사 촬영을 체감하기 어렵다. 이는 사용자에 따라 긴장감을 높여 손떨림을 유발할 수 있다.
조작성도 더욱 좋아졌다. 다이얼을 2개 달아 수동 모드에서 조리개와 셔터 속도를 동시에 설정할 수 있다. 상단 다이얼은 클릭 기능까지 더해 다이얼을 돌리면서 손을 뗄 필요 없이 메뉴 열람과 조작을 한 번에 할 수 있다. 버튼 위치를 좌우로 나누면서 손가락을 놓을 공간도 늘었다. 초보자보다는 전문가나 마니아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초보자도 자동 모드나 장면 모드를 활용하면 쉽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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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 1 시리즈는 1인치(2.54cm) 크기의 이미지 센서를 쓴다. 이 센서는 소형 디지털카메라의 센서보다 크고 DSLR보다 작아 초반에 화질에 관한 우려가 있었다. V2는 니콘의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을 바탕으로 우수한 화질을 보여준다. 선명한 묘사와 과장하지 않은 차분한 색감은 기존 니콘 DSLR 카메라의 화질 특성과 같다.
고감도 촬영을 할 때 노이즈 억제도 탁월하다.ISO 1600까지는 노이즈를 찾아보기 힘들고 ISO 3200까지는 일반적인 웹 용도로 사용할 만 하다. 이미지 센서의 크기 때문인지 사진을 원본 크기로 봤을 때 노이즈를 뭉갠 흔적이 보이지만 화질에 큰 영향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
니콘 1 V2는 기존 미러리스 카메라와 비교해도 돋보이는 강한 개성과 탁월한 조작성, 빠르고 정확한 AF성능이 강점이다. 니콘 1 J2가 여성들이 주로 좋아하는 디자인이라면 V2는 남성들에게 어필하는 디자인이다. 가격은 오픈마켓 기준으로 표준 렌즈를 포함해서 90만원대 중반이다.
■ 구매지수: 85/100
Good: 빠른 AF와 연사 속도. 전문가·마니아를 고려한 조작성
Bad: 연사 촬영 시 셔터 효과 없음. 비싼 가격
정택민PD xa1122@chosun.com
[리뷰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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