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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제2의 이천수’ 불렸던 이상호의 오판과 추락 [이상철의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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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이상호(31), 한때 ‘제2의 이천수’로 불렸던 유망한 축구선수의 추락이다.

이상호는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엘리트 코스만 밟았다. 현대고를 고교 최강으로 올려세운 그는 연령별 대표팀을 거쳤다. 2007 U-20 월드컵에서 기성용, 이청용 등과 함께 함께 뛰었던 시절도 있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본선 진출에도 공을 세웠다. 화려했던 시절이다. 그러나 옛날이야기다.

이상호는 울산, 수원, 서울 등 K리그 명문 팀 유니폼만 입었다. 하지만 내년 그는 K리그 필드를 뛰지 못할 처지에 놓여 있다.
매일경제

이상호는 한때 최고 유망주로 꼽혔다. K리그 303경기를 뛰었지만, 2019시즌 K리그에서 그를 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사진=FC 서울 제공


서울이 힘겹게 K리그1 잔류 싸움을 벌였던 지난 주, 정작 이슈가 된 건 필드에 뛰지도 않았던 이상호였다.

3개월 전 음주운전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혈중알코올농도 0.178%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1심은 징역 4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과하게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던 판단도 틀렸지만, 그 다음 판단도 틀렸다. 이상호는 음주운전 적발 후에도 K리그1 5경기를 뛰었다. 구단은 이상호의 음주운전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입을 꾹 다문다면, 알 방도가 없다.

이상호는 허리 통증을 이유로 10월 중순 이후 경기에 나가지 못했다. 필드에 서 있어야 할 축구선수지만 필드에 서 있을 수 없다.

서울은 9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이상호의 임의탈퇴 공시를 요청했다. 연맹이 승인할 경우, 이상호는 서울과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까지 K리그의 다른 팀에도 뛸 수 없다. 2016년 말, 서울과 3년 계약한 이상호는 계약기간이 1년 남아있다.

서울이 임의탈퇴 공시 해제를 요청할 수도 있지만 구단은 강경한 입장이다. 비슷한 사례의 박준태와도 일처리가 다르다. 서울은 계약해지가 아니라 임의탈퇴 수순을 밟았다.

서울은 고심 끝에 칼을 뺐다. 이상호의 그릇된 행동이 ‘매우 잘못됐다’라고 인식했다. 이상호가 세상 물정을 모르는 20대 초반도 아니다. 2006년 프로에 입문해 산전수전을 다 겪어간 30대다. 이상호가 꽁꽁 숨겼던 것에 충격이 컸다.

타 종목의 경우, 음주운전 적발 미신고로 임의탈퇴 처분까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은 타 종목과 굳이 비교하지 않았다. 사회적인 분위기를 고려했다. 현재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이른바 ‘윤창호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이상호는 후회하고 있다. 그렇지만 돌이킬 수 없다. K리그 303경기(45득점 24도움)를 뛰었던 그는 한 순간 오판으로 축구인생에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연맹은 서울의 이상호 임의탈퇴 요청과 관련해 조정위원회를 열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그 전에 상벌위원회가 우선이다. 이번 주 안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상벌위원회는 두 달 전 박준태에 대해 15경기 출전정지 및 제재금 1500만원의 징계를 부과했다. 이상호의 징계수위는 박준태보다 더 높을 수 있다. 연맹 이사회는 3일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기로 의결했다. 2배 이상 처벌 수위만 돼도 사실상 한 시즌을 통째로 못 뛰는 격이다.

연맹이 서울의 임의탈퇴 요청을 승인하지 않을 수도 있을까. 서울은 사회적 인식과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그럴 일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의탈퇴가 되더라도 이상호의 축구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다. 1년 후면 임의탈퇴 족쇄는 사라진다. 또한, K리그가 아닌 타 리그에서 뛸 수도 있다. 해외가 될 수도 있으며 내셔널리그, K3리그가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명예가 실추됐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그를 금세 포용할 곳이 있을까. 무엇보다 ‘지금’ 그를 응원해줄 팬이 있을까.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로 불린다. 언젠가 재기할 날이 오겠지만 그에겐 반성과 자숙할 시간이 필요하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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