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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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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가 스타디움⑤] ‘납골당 운영’ 에스파뇰 팬들은 경기장에 묻힌다(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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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글 한준 기자. 영상 배정호 기자] 삶과 마찬가지로, 축구계에서 좋아하는 팀을 선택하는 길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쉬운 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응원하는 팀을 택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메이저를 택하면 안전하고 편안하게 팀을 응원할 수 있다. 큰 충격을 받는 일은 드물다. 다른 한 가지는 소수자를 택하는 것이다. 어려운 길을 걸어야 하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좋은 일이 있을 때의 느낌과 감정은 더 강렬하다.

RCD 에스파뇰의 서포터들은 클럽의 모토가 “눈부신 마이너리티’인 것과 마찬가지로 바르셀로나 내에서 소수자의 정서를 대변한다. 그들의 자부심은 1부리그 소속 구단 중 역사가 세 번째로 긴 클럽이라는 점과 더불어 9년 전 개장한 새 경기장 RCDE 스타디움에 녹아 있다.



에스파뇰 경기장은 옛 사리아 경기장 주변에 서식하며 지저귀던 잉꼬 무리로 인해 경기장 별칭으로 ‘페리코(스페인어로 잉꼬)’를 붙였는데, 새 경기장의 특징은 팬들의 ‘추모관’이자 ‘납골당’이 된 것이다. RCDE 스타디움은 구단이 자체 운영하는 납골당을 보유한 스페인 내 세 개의 경기장 중 한 곳이다.

에스파뇰인 에스파이 메모리알(Espai Memorial)이라는 이름의 납골당을 운영하고 있다. 1,000m² 규모로 지어진 납골당은 클럽 회원인 팬들이 클럽의 상징색인 하얀색과 파란색으로 디자인한 안식처다. 경기장의 각 코너에 위치하고 있는 납골당은 5,000개의 틈새에 유골함을 안치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각 틈새마다 4개의 유골함이 들어갈 수 있어 2만여 구가 안치될 수 있다. 에스파뇰 팬들은 내가 죽으면 경기장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길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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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묻힌 에스파뇰 선수도 있다. 에스파뇰의 주장이었던 수비수 다니 하르케다. 2009년 8월 9월 경기 도중 심장 마비로 쓰러져 사망한 하르케는 에스파뇰 팬들의 가슴에 영원히 남아 있다. 그의 등번호와 같은 21번 게이트에 그를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팬들은 홈 경기에서 매 21분 마다 추모의 시간을 지금도 갖고 있다. 하르케와 청소년 대표로 함께 했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승을 이끈 결승골을 넣고 “다니 하르케, 넌 언제나 우리와 함께야”라는 문구를 새긴 티셔츠를 선보이는 골 세리머니를 한 바 있다.

죽음에 대한 추모와 기억을 담은 RCDE 스타디움은 단순한 축구장 이상의 가치를 품고 있다. 코르네야와 엘프랏 지역 사이에 위치해 건립 당시 코르네야 엘프랏으로 불렸던 RCDE 경기장은 혁신적 기술과 최첨단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밤에는 클럽의 상징색을 내뿜는 반투명 커튼 형태의 파사드로 이뤄졌다.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태양광 판넬로 지붕을 만든 것도 특징이다. 환경을 소중히 하는 라리가의 가장 효율적인 경기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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