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축구 최강 가리는 스즈키컵
베트남, 말레이와 11·15일 결승
"10년만에 우승도전···철저히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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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스포츠 케이블 채널을 통해 국내에 중계된 베트남과 필리핀의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준결승 2차전은 시청률 2.6%(닐슨코리아 집계)를 찍었다. 오후11시를 훌쩍 넘겨 끝난 경기인데도 박보검 주연의 드라마 ‘남자친구’ 등에 이어 케이블 채널 전체 시청률 3위를 기록했다. 인터넷 중계의 인기도 한때 실시간 접속자 수 8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살다 살다 베트남 축구를 생중계로 시청하면서 응원까지 할 줄은 몰랐다” “스즈키컵이 있는지조차 몰랐는데 박항서 감독님 때문에 즐겨보게 됐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베트남 전역이 축구 열기와 ‘박항서 신드롬’에 다시 한 번 빠져든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회가 열린 하노이는 물론이고 호찌민 등 웬만한 큰 도시의 광장은 거리 응원에 나선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현지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전국에서 수백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붉은 티셔츠를 맞춰 입고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를 펄럭인 시민들은 베트남의 결승 진출이 확정되자 늦은 밤까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오토바이와 승용차의 자축 경적이 끊이지 않았고 화려한 홍염이 거리를 밝혔다. 픽업트럭의 짐칸에 올라타 춤을 추는 이들도 넘쳐났다.
자국 축구 대표팀이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축제를 벌이는 것은 베트남 국민들 사이에 일상적인 일이 됐다. 베트남은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사상 최초로 준우승했고 8월 아시안게임에서는 역시 처음으로 4강에 올랐다. 일본을 이긴 것도 초유의 일이었다. 스즈키컵 2차전에서도 필리핀을 2대1로 꺾은 베트남은 합계 4대2로 10년 만에 결승에 올랐다. 모두 지난해 10월 박항서(59) 감독이 부임한 뒤 일어난 일들이다. 베트남은 말레이시아와 오는 11일 쿠알라룸푸르에서, 15일 하노이에서 홈앤드어웨이로 동남아 축구 최강 자리를 다툰다. 동남아 지존 태국은 4강에서 미끄러졌고 말레이시아는 베트남이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2대0으로 이겼던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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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 부임 후 처음이자 감독 인생을 통틀어서도 국가대표팀으로는 첫 번째 우승에 한 발짝만을 남겼다. 박 감독은 과거 상주 상무를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정상에 올려놓았고 창원FC의 실업축구 내셔널선수권 우승을 이끌기도 했지만 대표팀 감독으로는 우승 경력이 없다. 2002부산아시안게임에서 23세 이하 한국 대표팀을 지휘했으나 우승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동메달에 그쳤다. 박 감독은 “2002월드컵 4강 멤버를 이끌고 홈에서 동메달에 그친 것은 누가 뭐래도 실패다. 그때 우승을 못한 게 가장 마음에 걸린다”고 말해왔다.
지금의 박 감독은 9,600만 베트남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한국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있다. 베트남 권력 서열 2위의 응우옌쑤언푹 총리를 비롯해 4만여 관중이 들어찬 6일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는 곳곳에서 태극기가 펄럭였다. 박 감독의 사진을 오려 가면처럼 쓰고 응원하는 관중도 심심찮게 보였고 거리 여기저기에 박 감독의 입간판이 눈에 띄었다. 용병술도 화제다. 4강 2차전 후반에 교체 투입한 응우옌꽁프엉이 쐐기골을 뽑았다. 박 감독의 성공신화를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 ‘박항서-영감을 주는 사람’은 베트남 내 60개 이상 상영관에서 14일 개봉한다. 이쯤 되자 국내 팬들은 “박 감독님이 진정한 외교관”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박 감독은 “10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게 된 것은 우리 선수들과 팬들에게 아주 적절한 보상”이라며 “말레이시아는 조별리그에서 이겨본 팀이지만 위협적인 공격수가 상당히 많다. 흐트러지지 않고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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