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매직’에 베트남은 축제장...필리핀 꺾고 결승 진출

10년 만에 스즈키컵 우승에 도전

“베트남 국민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박항서 감독님 덕분에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박항서 감독의 매직이 베트남에서 다시 한 번 통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지난 6일 필리핀 대표팀을 꺾고 10년 만에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2018 결승에 진출하자 베트남 하노이 미딘경기장은 기쁨과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하노이와 호찌민 등 주요 도시 곳곳은 베트남 국기(금성홍기)를 든채 승용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기쁨을 만끽하는 젊은이들로 넘쳤다. 박항서 감독의 사진이나 대형 그림에 따라붙으며 ‘박항세오’(박항서의 베트남식 발음)를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이 같은 축제 분위기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트럭에 올라탄 젊은이들이 금성홍기를 흔들며 ‘베트남 꼬렌(파이팅)’을 외쳤고, 일부는 승리를 예감한 듯 불꽃을 터트리며 춤을 추고 노래하기도 했다. 한 청년은 뒷머리를 박항서 감독 얼굴 모양으로 자른채 대형 박 감독 그림을 들고 거리를 누비기도 했다. 덕분에 나팔과 금성홍기, 빨간색 티셔츠 등 응원 도구가 불티나게 팔렸다.

이날 경기가 펼쳐진 베트남 하노이 미딘경기장은 4만 관중이 자리를 함께 했고, 베트남 권력서열 2위인 응우옌 쑤언 푹 총리도 직접 관람하며 응원대열에 합류했다. 푹 총리는 베트남 대표팀이 2골을 잇달아 넣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악수하며 웃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응원 열기는 용광로를 방불케 할 정도로 뜨거웠다. 부부젤라와 북소리, 거대한 응원 함성으로 귀가 얼얼할 정도였다. 관중석에서 파도타기가 시작되면 몇 바퀴나 돌고 나서야 끝났고, 일부가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면 일제히 동참해 환한 불빛으로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미딘경기장 안팎에서는 대형 태극기가 펄럭이거나 태극기를 어깨에 걸친 모습도 심심찮게 보였다. 베트남의 모 주민은 “박항서 감독 덕분에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정말 좋아진 것 같다”면서 “한국이 베트남 대도시 주민에게 복수비자 발급을 허용하기로 한 것도 박 감독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나고, 베트남 현지 매체들도 당시 함성으로 하나 된 경기장 풍경을 묘사하며 베트남 대표팀의 승리를 자축했다.

베트남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는 “응우옌 쑤언 푹 총리부터 거리에 있는 시민까지 열광했다”며 “베트남 전역에서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왔으며, 붉게 물든 베트남에서 기쁨이 화산처럼 분출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베트남 일간 ‘뚜오이쩨’는 “베트남 전역의 축구 팬들이 거리로 뛰쳐나왔고, 이날 준결승 입장권이 발매가격보다 10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팔렸다”고 보도했다. 국영 베트남뉴스통신(VNA)이 운영하는 일간 ‘베트남뉴스’도 7일 “어젯밤 베트남 전역에서 축구 팬들이 기쁨을 분출했다”면서 금성홍기와 태극기를 한꺼번에 흔드는 시민의 사진을 개제했다.

한편, 박항서호는 오는 11일과 15일 결승에 진출한 말레이시아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서로 상대팀 홈 경기장에서 번갈아가며 경기)으로 최종 승자를 가리게 된다. 앞서 베트남은 말레이시아를 조별리그에서 2-0으로 꺾는 등 한 수 위의 기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이번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우승컵을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변문우인턴기자 bmw101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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