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숨어 살아…목격자 '주홍글씨' 지우고 싶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과 언론시민사회단체 소속 회원들이 5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 앞에서 열린 '장자연 리스트'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성역 없는 재조사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4.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스1) 이균진 기자 = 고(故) 장자연씨의 성추행 현장을 목격한 동료 배우가 진실 규명을 통해 10여년 동안 숨어지내면서 겪었던 마음 고생을 털어내고 싶다고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권희 부장판사는 3일 전직 조선일보 기자 조모씨의 재판에서 A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A씨는 당시 성추행 현장을 목격한 인물이다. 재판부는 이날 증인신문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그는 재판 이후 변호인을 통해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그는 "그 일이 있은 지 9년의 세월이 흘렀다"며 "재수사가 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유족들에게는 (장씨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조차 큰 상처이고 아픔일 것"이라며 "그때 일을 들춰내는 것을 힘들어 하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실을 증언하러 여기까지 왔고, 소설이 아닌 사실을 말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저는 경찰과 검찰에 나가 13번이나 진술했다. 피의자들과 대질신문도 했다"며 "그 일로 저 또한 피해자로 낙인찍혔고, 정신적인 고통을 가지고 지난 10여년을 살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재판 증언은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며 "당시 21살 연예계 데뷔를 꿈꾸는 나이였다. 술 접대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몰랐다. 소속사 대표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그 일 이후 저는 연예계에서 퇴출 아닌 퇴출을 당했고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숨어 살아야 했다"며 "13번의 조사를 받았던 저는 또 다른 피해자가 됐고, 트라우마로 힘겹게 살아왔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가해자는 분명히 존재한다"며 "그동안 진실보다 소문만 무성했고 가해자로 처벌받은 사람은 두 명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조사를 받았지만 아무런 결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젠 그들이 반성하고 처벌받아야 할 때고 다시 공정한 조사가 이뤄져 진실이 밝혀져야 할 때"라며 "이 일을 계기로 이제는 저도 무거운 짐을 제 삶에서 털어내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장자연 사건의 목격자'라는 주홍글씨를 지우고 싶다"고 호소했다.
조씨는 2008년 8월5일 서울 강남구의 한 가라오케에서 장씨의 연예기획사 대표의 생일축하 자리에 참석해 장씨가 춤추는 것을 보고 갑자기 손목을 잡아당겨 자신의 무릎에 앉힌 후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장씨는 술자리에서 조씨 등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뒤 2008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경찰은 조씨를 장씨에 대한 강제추행·접대강요 등 혐의를 적용해 조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조씨가 장씨를 성추행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장씨의 동료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조씨가 술자리에서 했던 말과 행동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씨는 2009년 8월19일 성남지청에서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됐다.
그러나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5월 "일관성이 있는 핵심목격자 진술을 배척한 채 신빙성이 부족한 술자리 동석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불기소 처분했다"며 "증거 판단에 미흡한 점이 있고 수사 미진에 해당한다"고 검찰에 재수사를 권고했다.
asd123@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