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필리핀과 스즈키컵 4강전
다음달 2, 6일 홈앤드어웨이 방식
필리핀, 혼혈·귀화선수 대거영입
박항서 감독(左), 에릭손 감독(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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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조별리그 4경기를 무패(3승1무)로 통과하며 A조 1위로 4강에 올랐다. 8골을 넣는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안정감 있는 경기력을 과시했다. 이번 대회 본선에 참가한 10개국 중 조별리그에서 무실점을 기록한 국가는 베트남이 유일하다.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마주할 상대는 B조 2위 필리핀이다. 조별리그 전적 2승2무로 승점 8점을 기록, 태국(10점)과 함께 B조 예선에서 살아남았다. 필리핀의 객관적인 전력은 베트남에 뒤진다는 평가지만, ‘반전 드라마’를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터라 결과를 속단하기 어렵다.
필리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삼사자 군단’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한 에릭손 감독을 영입했다. AS 로마(이탈리아),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잉글랜드 대표팀, 멕시코 대표팀 등 굵직한 팀을 두루 거친 세계적인 지도자다. 최근에는 광저우 푸리, 상하이 상강, 선전 FC 등을 맡아 중국 프로축구 무대에서 꾸준히 활동하면서 아시아 축구 흐름을 익혔다.
지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6년간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 당시 에릭손 감독의 연봉은 500만 파운드(약 73억원)였다. 베트남 축구협회로부터 박항서 감독이 받는 연봉은 3억원이다. 에릭손의 연봉은 박 감독이 받는 보수의 24배다. 상하이 상강 감독 시절에도 에릭손은 매년 600만 달러(약 68억원)를 벌어들였다.
최근까지 유럽·중동 등 다양한 지역의 클럽팀들과 협상 중이던 에릭손 감독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 돈은 중요하지 않다”며 이달 초 6개월 단발 계약을 맺고 필리핀 감독을 맡았다. 스즈키컵에서 경기력을 점검한 뒤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에서 돌풍을 일으킨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필리핀 축구협회는 특히 최근 수년간 ‘혼혈 선수 활용’ 프로젝트를 통해 꾸준히 아시안컵 본선에 대비해왔다. 혼혈 및 귀화 선수를 영입해 단숨에 아시아 정상권으로 발돋움한 농구의 성공 사례를 참고해 유럽에서 뛰고 있는 필리핀계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골키퍼 닐 에더리지(28·카디프시티)다. 잉글랜드 출신 아버지와 필리핀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에더리지는 이번 대회 필리핀의 골키퍼를 맡아 조별리그 무패 통과에 기여했다. 독일에서 태어난 존 파트릭-슈트라우스(22·에르츠게비르게), 스코틀랜드 출신의 루크 우드랜드(23·수판부리) 등도 스즈키컵에 참여 중인 혼혈 선수들이다.
박항서 감독은 한국 전지훈련에서 가다듬은 스리백 기반의 역습 전술로 필리핀 수비진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박 감독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이동준 씨는 “감독부터 선수 구성까지 확 바꾼 필리핀을 상대로 베트남은 특유의 끈끈한 조직력으로 맞설 예정”이라면서 “박항서 감독은 에릭손 감독의 네임 밸류에 관심이 없다. 오직 함께 뛰는 베트남 선수들만 믿고 있다”고 말했다. 두 나라가 맞붙는 스즈키컵 4강전은 다음 달 2일 마닐라, 6일 하노이에서 홈&어웨이 방식으로 열린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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