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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에선 누구나 '진짜 사나이'

조선일보 논산=김석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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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에선 누구나 '진짜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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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 곳, 뜨는 곳] '국방 체험 도시' 충남 논산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앞을 나설 때….'

충남 논산시는 고(故) 김광석씨가 불러 널리 알려진 '이등병의 편지'가 주제곡처럼 흐른다. 매주 논산으로 입영하는 1800명 안팎의 청년을 위한 노래다. 하모니카와 기타 선율이 구슬프게 흐르는 노래는 청년들과 그들을 배웅하기 위해 따라온 가족, 친구들의 가슴을 적신다.

논산은 '대한민국 남자들의 제2의 고향'으로 불린다. 단일 주둔지 교육 부대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육군훈련소가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 면적의 1.5배가 넘는 450만㎡ 부지의 훈련소에선 1만5000~1만8000명의 부대 장병과 훈련병들이 생활한다. 한 해 육군훈련소에서 양성하는 군인은 12만명. 전체 육군에서 양성되는 인원의 절반에 가까운 47%가 이곳을 거쳐 가는 셈이다.

충남 논산시 연무읍 육군훈련소 인근에 지어진 선샤인랜드 서바이벌 체험장에서 지난 10일 아이들이 BB탄 총과 장비를 착용하고 전투 경기를 하고 있다. 병영문화체험장인 선샤인랜드는 지난 2월 정식 개장 이후 28만명이 다녀갔다. /신현종 기자

충남 논산시 연무읍 육군훈련소 인근에 지어진 선샤인랜드 서바이벌 체험장에서 지난 10일 아이들이 BB탄 총과 장비를 착용하고 전투 경기를 하고 있다. 병영문화체험장인 선샤인랜드는 지난 2월 정식 개장 이후 28만명이 다녀갔다. /신현종 기자


논산 육군훈련소는 한국전쟁이 치열하던 1951년 제2훈련소로 창설됐다. 당시 제1훈련소는 제주도에 있었다. 교전 지역으로 안정적인 병력 수급이 어렵자 내륙지역에 훈련소 신설이 추진됐다고 한다. 육군 관계자는 "논산은 풍수지리적으로 금계포란형(닭이 알을 품는 형상) 지세였고 백제와 나당 연합군의 최후 전투가 벌어진 황산벌 인근이라는 이유 등으로 훈련소 부지로 선택됐다"고 말했다. 창설 이래 807만명의 군인이 훈련을 받았다.

육군훈련소로만 기억되던 논산시는 최근 국방 문화·산업 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논산시에서 군과 관광산업을 연계한 야심작으로 개장한 것이 병영문화체험장인 선샤인랜드다. 지난 2월 논산시 연무읍 황화정리에 정식 개장한 선샤인랜드는 국내 최대 병영체험 시설이다. 육군훈련소와 국방대학교, 육군항공학교가 밀집한 논산의 국방 이미지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했다. 6만2573㎡ 부지에 지어진 선샤인랜드는 밀리터리 체험장과 드라마·영화 세트장, 선샤인스튜디오로 구성돼 있다. 정부 예산과 민간 자본 209억원이 들어갔다.

충남 논산 선샤인랜드에 꾸며진 드라마·영화 세트장. 1950년대 서울 을지로 국도극장 주변을 재현했다. 청·장년층에 6·25전쟁 당시 역사의 현장을 보여줘 인기를 끌고 있다. /논산시

충남 논산 선샤인랜드에 꾸며진 드라마·영화 세트장. 1950년대 서울 을지로 국도극장 주변을 재현했다. 청·장년층에 6·25전쟁 당시 역사의 현장을 보여줘 인기를 끌고 있다. /논산시


밀리터리 체험장에서는 서바이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최대 40명이 실제 크기의 BB탄 권총과 보호장구를 갖추고 팀을 나눠 시가지 전투를 벌인다.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하는 전투 게임장과 스크린 사격장도 갖추고 있어 인기다. 드라마·영화 세트장은 1950년대 서울 을지로 국도극장 주변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놨다.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과 미군 군용차가 실감을 더한다. 김재희 논산시 선샤인랜드 운영팀장은 "선샤인랜드는 정식 개장한 이후 하루 최대 8300명, 누적 관람객 28만명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면서 "앞으로 병영체험 콘텐츠를 추가로 갖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군 문화 테마파크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선샤인스튜디오는 최근 방영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세트장으로 쓰였다. 1900년대 구한말 서울 종로 상점가의 모습이 복원돼 있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방문객이 크게 늘고 있다.


논산시는 훈련소 면회객과 군 가족, 관광객들이 쉴 수 있는 휴양 시설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9일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내수면 마리나 후보지에 논산 탑정호가 이름을 올렸다. 마리나는 요트, 모터보트 등 선박을 위한 항구로 리조트와 놀이시설도 포함한 복합 수상레저 시설이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병영문화체험단지와 함께 탑정호에 아시아 최대 출렁다리 건설을 약속하기도 했다. 논산을 국방과 관광이 공존하는 도시로 키우겠다는 의지다.

논산시는 국방 국가산업단지 조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8월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타당성 평가에서 논산의 국방 국가산단이 전국 6개 후보지와 함께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며 전망이 밝아졌다. 논산의 강점은 풍부한 국방 자원이다. 육군훈련소·국방대학교·육군항공학교 등 지역에 있는 3개 군 기관뿐만 아니라 계룡시의 3군본부, 대전의 국방과학연구소(ADD), 군수사령부, 자운대 등 주요 군 기관이 인접해 있다. 논산시는 연무읍 일원 103만㎡ 부지에 국방산학융합원과 국방벤처센터, 전력지원체계 연구센터로 구성된 국방 비즈 콤플렉스를 짓고 국방 관련 중소·벤처기업을 유치할 예정이다.

특히 이곳은 비무기체계 산업 특화 집적 단지로 만들어진다. 차량과 전자·통신장비, 방탄·식량·피복장구류 등 전투지원물자 등의 연구·생산 단지로 키울 계획이다. 조성 비용은 2000억원 정도다. 논산시는 2021년 국가산단 지정, 2022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황명선 논산시장은 "국방 혁신도시를 꿈꾸며 국방 국가산업단지 조성에 노력한 결과 전국 첫 후보지로 선정됐다"면서 "앞으로 국방 기업 유치에 주력해 논산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논산=김석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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