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7일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 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전에서 1-1로 비긴 뒤 그라운드를 빠져 나오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적지에서 비 속에 분전했고,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 말에서 나타나듯 ‘벤투 축구’의 고민도 곳곳에서 묻어난 경기였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7일 호주와 원정 A매치에서 종료 직전 통한의 동점포를 내줘 1-1로 비겼다. 90분 혈투의 끝은 무승부였지만 상대가 정예 멤버로 나온 반면 한국은 손흥민 기성용 이재성 정우영이 빠지면서 1.5군으로 임했다. 스코어만 놓고 보면 승리를 놓친 게 아쉬울 만큼 태극전사들이 열심히 싸웠다. 다만 코칭스태프가 원했던 경기력과는 거리가 있었고, 주전 선수들의 빈 자리도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내년 1월 UAE 아시안컵이 50일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교훈이 된 호주전이었다. 태극전사들은 이제 20일 오후 7시 열리는 중앙아시아 복병 우즈베키스탄과의 호주 원정 두 번째 평가전을 준비한다.
◇빌드업 안 되고, 뒷 공간 통했다
전반 22분 황의조의 시원한 선제골 전·후를 살펴보면 현 대표팀의 딜레마가 보인다. 한국은 벤투 감독 취임 뒤 지난 4차례 A매치처럼 골키퍼 김승규부터 패스 위주로 풀어나가는 ‘후방 빌드업’을 통해 공격을 전개했다. 하지만 이를 간파한 홈팀 호주 선수들이 앞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달려든 탓에 코너에 몰려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었다. 호주는 대표적인 킬러 팀 케이힐, 중원에서 활로를 뚫어주는 마일 예디낙이 대표팀 은퇴를 동시에 선언, 골결정력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는 한국이 숱한 위기를 그냥저냥 넘기는 이유가 됐다. 그게 아니었으면 시작과 함께 1~2골 주고 출발할 뻔했다. 이어 ‘한 방’으로 호주의 기를 죽였는데 맨 뒤에서 최전방으로 한 번에 찔러주는 수비수 김민재의 롱패스가 출발점이었다. 몸집이 커 발이 느린 호주 수비 뒷공간을 황의조가 번뜩이는 감각으로 파고 들었고, 결국 골로 완성했다. 득점 루트는 탁월했으나 벤투 감독이 원하는 빌드업에 의한 골은 아니었다. 볼점유율은 30% 가량으로 크게 밀릴 시점, 선수들의 임기응변과 한국적 플레이가 빛을 발해 득점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한국의 역습을 의식한 호주는 수비라인을 내리기 시작했다. 한국도 주도권을 되찾고 보다 넓어진 호주의 공간을 파고 들었다. 벤투 감독은 호주전 뒤 “지난 A매치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유지하진 못한 것 같다”고 냉철하게 진단한 뒤 “후방 빌드업을 하고 나올 때 상대가 효과적으로 압박했다. 우리가 나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청용-주세종 잘 했다…구자철-황인범은 물음표
‘플랜B’ 1차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으로 간주할 수 있다. 우선 지난 6월 러시아 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한 뒤 5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단 베테랑 이청용이 측면 미드필더로 출격, 다부지게 뛰면서 주전 경쟁에 가세했다. 전성기 때 예리함을 전부 회복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라운드 곳곳을 누비면서 최근 소속팀(독일 2부 보훔) 활약의 기운을 이어갔다. 전반 막판 교체로 들어온 주세종도 인상적이었다. 대표팀은 기성용과 정우영이 동반 결장한 탓에 중원을 조율할 조타수가 필요했다. 주세종이 투입되면서 안정감이 생겼고, 후반엔 기가 막힌 프리킥까지 때리면서 호주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브라이턴의 주전 골키퍼 매튜 라이언의 다이빙 선방이 아니었다면 2-0 승리를 알리는 쐐기골이 될 뻔했다. 반면 대표팀에 복귀한 구자철은 플레이에 힘이 없었을 뿐 아니라 부상으로 전반 44분 아웃되는 수난을 겪었다. 우즈베키스탄전 출전도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투 감독은 구자철의 경험을 중요하게 여겨 아시안컵에 데리고 갈 의사를 내비쳤으나 지금 상태론 기량과 동기부여 면에서 부족하다. 중앙 미드필더와 측면 공격수로 각각 선발 출전한 황인범과 문선민도 합격점과는 거리가 있었다. 기성용 대안으로 나선 황인범은 결국 공격형 미드필더가 더 제 격임을 입증했다. 문선민은 후반 조커로 활약하다가 모처럼 선발 멤버가 됐으나 겉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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