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변호인단 “노회찬 부인 법정 부르자” 돌연 퇴정··재판 중단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댓글을 조작하고 고 노회찬 의원에게 5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드루킹’ 김동원씨(49) 변호인단이 13일 재판부에 대해 기피 신청을 하겠다고 밝히며 돌연 법정에서 나가 재판이 중단됐다.

변호인단은 노 의원 부인 김지선씨와 운전기사를 법정으로 불러 신문하고, 노 의원이 발견된 아파트를 현장검증하겠다고 주장했다가 재판부가 기각하자 이같은 돌발행동을 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씨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 김씨 측 김형남 변호사는 오후 재판이 열리자마자 기피 신청하겠다고 말하고 법정에서 퇴정했다. 김 변호사는 “저희가 신청한 증거들이 다 기각돼 피고인의 방어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든다”며 “이러한 재판 진행에 상당한 불신이 있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여론조작 사건의 ‘드루킹’ 김동원 씨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뇌물공여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10.25

마준 변호사도 “특검이 낸 증거는 노 의원 계좌에 입금된 자료밖에 없다”며 “김씨가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전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김지선씨를) 증인으로 불러 물어봐야 하는데 재판부가 기각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날 오전 재판부는 김지선씨와 운전기사에 대한 증인신청, 아파트 현장검증 요청을 기각했다. 특검에서 노 의원 사망에 대해 이미 증거를 제출하는 등 별다른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는 변호인들의 갑작스런 행동에 “(기각은) 증인 채택의 필요성을 검토해 재판부가 합의해 결정한 내용”이라며 “퇴정은 변호인의 선택이지만 피고인을 위해 과연 유리한 것인지는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인단은 기피 신청을 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예정된 증인신문은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고 재판이 끝났다.

김 변호사는 법정 밖에서 취재진을 만나 재판부를 강하게 비판하며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재판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김 변호사는 “5000만원 중 3000만원은 김지선씨를 통해 전달이 됐기 때문에 김씨가 돈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노 의원에게 전달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여러 의견을 피력했지만 재판부가 일언지하에 묵살한 것으로 불공정한 재판 진행이기 때문에 기피 신청을 할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재판이 편파적으로 진행될 게 뻔하기 때문에 강력 대응하겠다”며 “재판을 거부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노 의원의 사망에 대해서는 “경찰에서 사망 발표만 했지, 객관적 증거는 하나도 공개된 바가 없다”며 “신청된 증거만으로 판단하면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했다. 김 변호사는 “사망 당일 아파트 엘리베이터의 폐쇄회로(CC)TV나 현장의 지문 등 증거를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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