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경찰 25시]데이트폭력·폭주 레이싱…경찰 2.8% '수사 장인'의 세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해 3월 말, 필리핀 마카티(Makati)시 중심가의 샹그릴라 호텔. 인터폴 적색수배자 마모(43)씨가 경찰에 체포됐다. ‘제2의 조희팔’이라고 불리는 마씨는 한국, 중국, 필리핀을 넘나들면서 ‘1500억원대 가상화폐 다단계 사기’를 이끈 ‘총책’이었다. 마씨의 ‘세치 혀’에 속아 투자금을 날린 피해자만 3만6000여명에 달했다.

마씨를 체포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김현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현 서울 방배경찰서 지능팀장)의 끈질긴 추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경감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6일 ‘국내 1호 다단계 사기’ 전문수사관 인증을 받았다. 그는 "(다단계) 사기 범죄 때문에 가정이 파괴되고 생명까지 버리는 것을 보고 경제 범죄 분야에 뛰어들게 됐다"고 했다.

조선일보

수천억 원대 사기행각을 벌이고 외국으로 도피한 뒤에도 범죄조직을 만들어 사기범행을 이어가던 마씨가 도피 12년 만인 지난 1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는 모습.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찰이 수사전문성 향상을 위한 만든 ‘전문수사관’ 제도에, 올해 총 681명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2005년부터 시행된 전문수사관은 특정 수사 분야에서 일정 기준 이상 경력과 능력을 갖춘 경찰관을 인증하는 제도다. 인증을 받은 수사관들은 해당 ‘수사 베테랑’, ‘수사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2%’에게만 허락된 ‘전문 수사관’
현재 경찰에는 3267명의 전문 수사관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경찰관은 11만6584명이다. 전체의 2.8%에 해당하는 소수만이 전문 수사관 인증을 받은 것이다.

조선일보

경찰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문 수사관 인증 분야를 대폭 늘였다.(15개→88개) 이에 따라 올해에는 681명의 전문 수사관이 선발됐다. 데이트폭력, 농축산물절도, 가상화폐, 폭주레이싱 분야 수사 전문가들이 새로 탄생한 것이다.

전일부 경위는 끈기로 똘똘 뭉친 형사다. 전 경위는 이번에 ‘장기미제 전문 수사관’이 됐다. 그는 2012년 의정부 일가족 살인사건, 2013년 ‘군산 살인사건’을 해결했다. 특히 부인이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남편을 살해한 군산 살인사건은 15년간 미궁에 빠진 장기미제사건이었다. 전 경위는 공소시효를 불과 25일 남긴 시점에 범인을 검거했다.

입직(入職) 이후 15년간 사이버수사에 몰입한 경찰도 있다. 올해 해킹 전문수사관으로 인증 받은 이경길 경감이다. 그는 디도스 금융전산망 사이버테러, 옥션 개인정보 유출사건, 구글의 무선통신 불법감청까지 굵직한 사건을 다뤘다. 이승훈 경위는 ‘화재감식 전문수사관’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그는 화재조사와 관련해서 30여차례의 논문을 발표했다.

전문수사관 인증 분야는 △수사(25) △형사(27) △사이버(7) △생활안전(4) △교통(4) △외사(5) △공통(4) △기타(2) △과학수사(7) △사이버(3) 등으로 나뉜다.

조선일보

그래픽=이민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문수사팀 활약…‘마약’ 마포서, ‘특허범죄’ 대전청
전문수사관이 되려면 인증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순경부터 경정까지 이 시험을 볼 수 있다. 응시를 위해서는 강력·지능경제·사이버·과학수사 등 각각의 부서에서 근무한 경력과 일정한 검거 실적 등 성과가 필요하다.

올해 경찰은 전문수사관 제도의 인증 자격도 강화했다. 전문수사관 제도의 전문성을 끌어 올리 겠다는 취지다. 전문수사관은 해당 분야 근무 경력에 따라 '전문수사관'과 '전문수사관 마스터'로 인증 등급이 나뉜다. 전문수사관은 5년, 마스터 10년으로 강화했다. ‘수사 장인’에 해당하는 마스터 전문수사관은 전국에서 99명 밖에 없다.

종전에는 경찰수사연수원에서 전문수사관을 선발했으나 앞으로는 경찰청에서 직접 심사해 뽑도록 했다.

경찰은 지역 특성에 따라 범죄 분야를 담당할 전문 수사팀 제도도 도입했다. 서울 마포경찰서가 유흥가에서 유통되는 마약류 전담 수사팀을, 대덕연구단지를 관할하는 대전지방경찰청이 특허범죄 전문수사팀을 운용하는 식이다. 판교 테크노벨리가 있는 경기 분당서에는 정보기술(IT) 바이오 분야 비리 전문수사팀이 있다. 현재 전국에서 56개 분야에서 전문 수사팀이 활약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증 분야를 탄력적으로 운영해, 향후 신종범죄가 등장할 경우 신속히 해당 분야를 추가·변경하는 등 인증 분야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성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