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적다' 문자 받고 500만원 전달"…보좌관 "거절 못 한 것 후회"
법정 향하는 드루킹 김동원 |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기소된 '드루킹' 김동원 씨가 인사청탁 등과 관련한 편의를 얻을 목적으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에게 금품을 건넨 당시 상황을 진술한 내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씨 일당의 뇌물공여 사건 속행 공판에서 드루킹 측근으로 필명 '성원'을 사용하는 김모씨의 피의자신문 조서를 제시했다.
조서에 따르면 성원은 지난해 8월 한 음식점에서 드루킹, '파로스' 김모씨와 함께 당시 국회의원이던 김 지사의 보좌관 한씨를 만나 저녁 식사를 했다.
그는 이 자리에 대해 "드루킹이 윤평 변호사와 도모 변호사의 인사 추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물으려고 만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성원은 전자담배를 한씨에게 선물했지만, 한씨는 "필요 없다. 전자담배 말고 돈으로 달라"고 얘기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한 달여 지난 때에 한 음식점에서 다시 네 사람이 만났고, 이 자리에서 한씨에게 현금 500만원이 전달됐다.
성원은 만남 전에 한씨가 '이번 달 월급이 적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부인에게 보내려다 드루킹에게 잘못 보낸 적이 있다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드루킹은 "문자를 일부러 보낸 것이다. 돈을 달라는 얘기"라며 문자에 적힌 액수의 약 2배인 500만원을 준비해 한씨에게 전달하라고 했다고 성원은 진술했다.
500만원을 전자담배 상자에 넣고 빨간색 파우치에 넣어 전하자, 한씨는 "나를 왜 양아치로 만드느냐"며 거절했지만 결국 이를 받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성원은 느릅나무 출판사가 경찰에 압수수색을 당하고 드루킹이 긴급체포된 후인 올해 3월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한씨에게서 500만원과 이자 11만 5천원을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한씨는 "돈을 여러 번 거절했다. 분위기가 좋았는데 거절했더니 분위기가 썰렁해져서 결국 받게 됐다. 끝까지 거절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씨 측 변호인도 "금전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고 진술한 부분들이 있는데 의견서를 제출해서 의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내달 28일 뇌물 사건에 대한 심리를 종결한 후 다른 관련 사건과 병합해 선고할 예정이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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