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호 코치가 19일 파주NFC에서 본지와 인터뷰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파주 | 정다워기자 |
[파주=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배명호(54) 베트남 축구대표팀 피지컬 코치는 ‘박항서 매직’의 숨은 조력자다.
배 코치는 1년 전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사령탑에 오를 때 긴급하게 호출했던 인물이다. 2011년부터 태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그는 동남아시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박 감독에게 큰 도움이 됐다. 처음에는 베트남축구협회와 2개월 단기 계약을 맺었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이라는 기적을 일군 후 계약기간을 올해까지로 연장했다. 피지컬이 약한 베트남 선수들의 체질을 바꾸고 강력한 체력을 갖춘 ‘전사’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그는 경기도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베트남 선수들과 함께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박항서 매직의 숨은 영웅이지만 18일 만난 그는 스스로를 “조력자”라며 겸손하게 말한다.
◇동남아 전문가, 숨은 조력자
배 코치는 동남아 문화를 잘 안다. 태국에서 오랜 기간 체류하며 프로팀 감독을 맡았기 때문이다. 현재 배 코치의 가족도 태국 방콕에 거주하고 있다. “태국 말은 어느 정도 알아듣는다. 말도 조금은 한다. 겨울에 한국을 오면 너무 힘들다. 동남아 기후에 적응했기 때문”이라는 농담을 던질 정도다. 베트남과 태국이 완벽하게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기후와 문화에 큰 차이가 없다. 박 감독이 배 코치를 자신의 팀에 합류시킨 것도 이 때문이었다. 박 감독과 이영진 코치의 경우 국내에서의 경험은 풍부하지만 동남아시아 경험이 없다. 박 감독은 배 코치의 노하우가 필요했다.
두 지도자가 빠르게 베트남 문화에 적응하는 데 배 코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피지컬이 약점은 베트남 선수들의 몸을 강하게 만든 것도 배 코치였다. 박항서 매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숨은 ‘영웅’으로 표현하자 난색을 표했다. 배 코치는 “나는 작은 조력자일뿐이다”라며 “결국 박항서 매직이라는 것은 박 감독님 스스로가 만들었다고 봐야 한다. 내가 피지컬을 담당하지만 나 혼자만의 의견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마지막에 결정하는 사람은 감독님이고 나는 주문에 따라 내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지컬 위해 훈련 문화를 바꾸다
박항서 사단이 가기 전까지 베트남은 다른 동남아 국가와 마찬가지로 ‘늘어지는’ 훈련을 했다. 동남아 국가는 한국에 비해 훈련시간이 길다. 중간 중간 쉬는 시간도 길고 강도가 높지 않다. 3시간 가까이 훈련을 하는데 중간에 쉬는 시간도 길어 집중력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당연히 피지컬이 완성되기 어려웠다. 배 코치는 피지컬 개선을 위해 훈련 방식부터 손을 댔다. 그는 “베트남 축구 문화 자체가 그렇다. 그러다보니 성인까지 그러한 훈련 패턴이 이어진다. 훈련은 타이트하고 강도 높게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봤다. 훈련 시간을 줄이는 대신 ‘빡세게’ 했다. 원래보다 1시간 이상 훈련 시간이 줄었지만 집중력은 높아졌다. 처음에는 선수들이 굉장히 힘들어 했는데 잘 적응하면서 체력이 좋아졌다. 특히 70분 이후 체력이 향상됐다.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배 코치는 체격, 그 중에서도 상체근육의 부실함을 진단하고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배 코치는 “베트남 선수들이 하체는 괜찮다. 하지만 상체가 굉장히 약했다. 특히 팔 근육량이 부족했다. 피지컬이 좋은 한국이나 중동 선수들을 상대하려면 상체 근육이 좋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챔피언십 대회부터 야간에 상체 근육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지금은 10개월이 지났는데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몸이 좋아졌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선수들이 힘들어 했다. 하지만 이제는 선수들도 훈련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한다. 기본적으로 동남아 선수들은 기술이 있고 빠르기 때문에 피지컬만 좋아지면 확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의 베트남이 그렇지 않나 싶다”라고 덧붙였다.
‘2018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강전 한국-베트남의 경기가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베트남 박항서 감독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18. 8. 29.보고르(인도네시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박항서 리더십 핵심, 소통
배 코치는 베트남의 성공을 함께한 인물이다. 박 감독을 바로 옆에서 관찰하고 리더십을 목격했다. 배 코치가 꼽은 성공 요인은 ‘소통’이다. 배 코치는 “감독님을 보면 소통을 정말 잘하신다. 일단 코치들과 상의를 많이 하신다. 나 같은 경우 피지컬 코치라 크게 부딪힐 것은 없다. 감독님 의견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갖춘 내가 훈련을 시키면 된다. 다만 이 코치와는 의견이 다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감독님은 이 코치와의 소통을 통해 최상의 정답을 내놨다. 그래서 성공했다고 본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파주 전지훈련 아이디어도 이 코치에게서 나왔다.
박 감독은 선수들과의 소통 능력도 탁월하다는 게 배 코치의 전언이다. 배 코치는 “베트남에서 ‘파파 리더십’이라고 하지 않나. 괜히 나온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음 베트남에 갔을 때 선수이 얼마나 어색했겠나. 감독님은 적극적인 스킨십과 소통으로 선수들의 마음의 문을 열었다. 첫 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면서 순풍을 탔다. 선수들도 감독을 믿고 감독도 선수들을 믿으니 아시안게임에서도 잘 된 것 같다. 시작이 좋아 지금까지 잘 왔다”라고 말했다.
◇더 도전하고 싶다
배 코치는 유난히 해외 생활을 많이 했다. 1990년대 초반 독일에서 코치 생활을 했고, 2005년에도 영국에서 지도자 연수를 했다. 동남아에서의 경력까지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해외에서의 생활이 익숙하다. 배 코치는 “오히려 더 편한 것도 있다. 두려움도 없다. 베트남에 큰 걱정 없이 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스스로 좋아하고 즐기는 것 같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배 코치는 베트남과의 계약이 끝나면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고 했다. 완성되지 않은 팀, 도움이 필요한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값진 성공를 맛봤기 때문이다. 그는 “베트남에서의 경험을 통해 이게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깨달았다”라며 “동남아에는 환경이 열악한 팀들이 정말 많다. 미래를 확신하거나 장담할 수는 없지만 베트남에서 했던 일을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어느 나라가 됐든 내가 만들어줄 수 있는 팀에 가보면 좋을 것 같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도전도 의미 있을 것이라 믿는다”는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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