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선발 투입 박주호-황인범 동반 득점에도 승리는 놓쳐
2-0 앞서고도 집중력 부족-수비 불안에 2실점은 '옥에 티'
파나마와 무승부…지친 선수들 |
(천안=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북중미의 복병 파나마와 평가전을 앞두고 "선수 기용에 변화를 주면서도 경기를 지배하는 경기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선발 라인업 교체 실험이 2-2 무승부로 끝나면서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벤투 감독은 1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나마와 대결에서 베스트 11에 상당한 변화를 줬다.
전 포지션에 걸쳐 12일 우루과이전 때와는 다른 선수 구성으로 나서겠다던 벤투 감독의 말 그대로였다.
생각에 잠긴 벤투 감독 |
공격수 석현준(랭스)이 황의조(감바 오사카) 대신 원톱 특명을 받았고, 미드필더 황인범(대전)이 정우영(알사드) 대신 선발로 투입됐다.
포백 수비라인에서는 왼쪽 풀백 박주호(울산)와 중앙수비수 김민재(전북)가 벤투호 출항 후 처음 선발 출장했다. 박주호는 홍철(수원)을 대신했고, 김민재는 장현수(FC도쿄) 대신 선발 기회를 잡았다. 골키퍼로 김승규(빗셀 고베)를 대신해 조현우(대구)가 나섰다.
벤투 감독은 또 우루과이전 4-2-3-1 전형보다 더 공격적인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기존 남태희가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고 기성용과 정우영이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드가 나서는 더블 볼란테 형태였지만 기성용만 수비형 미드필더 임무를 수행하고 공격 성향이 강한 황인범과 남태희를 전진 배치했다.
우루과이보다 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파나마를 상대로 더욱 공세적으로 밀어붙이려는 벤투 감독의 포석이었다.
두 골 주인공..황인범, 박주호 |
전반 6분 수비수 박주호가 황희찬(함부르크)의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뽑았고, 전반 33분에는 황인범이 손흥민(토트넘)의 패스를 A매치 데뷔골로 연결해 2-0 리드를 주도했다. 벤투 감독의 '선발 교체 카드'가 주효했다.
하지만 전반 중반 이후 태극전사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수비 조직력에 약점을 보이면서 승부의 흐름이 파나마 쪽으로 넘어갔다.
반면 벤투호는 지난 9월 코스타리카전, 칠레전과 이달 12일 우루과이전까지 3경기 연속 포백 라인을 구성했던 홍철-김영권-장현수-이용 라인에서 2명이 교체되면서 약속된 플레이가 부족했다. 왼쪽 프리킥 상황에서 상대 공격수 아브디엘 아로요를 그대로 놔주면서 헤딩 골을 허용했다. 세트 플레이에서 상대 공격수의 플레이를 막지 못한 게 '옥에 티'였다.
실점한 대한민국 |
두 번째 실점 역시 어이없는 실수에서 촉발됐다.
남태희의 실책이 실점의 일차적인 원인이지만 골키퍼 조현우로부터 시작되는 빌드업에도 문제가 있었다.
좌우 측면의 손흥민과 황희찬이 특유의 빠른 플레이로 상대 문전을 위협했지만 수비 진영에서 고립된 석현준까지는 연결되지 않았다.
황의조를 대신해 선발 기용된 석현준은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를 뚫지 못해 벤투 감독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는 2%가 부족했다.
다만 추가 골을 뽑은 황인범은 공세적인 플레이로 압박과 빌드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앞으로 중용 가능성을 보였다.
벤투 감독은 후반 들어 우루과이전 선발 멤버였던 황의조, 정우영, 홍철과 발이 빠른 문선민(인천)을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끝내 추가 골 사냥에 실패하면서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쳐야 했다.
일본이 3-0으로 격파했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15계단(한국 55위, 파나마 70위)이 낮은 파나마로부터 얻은 아쉬운 성적표였다.
벤투 감독은 내달 호주 원정으로 치러지는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내년 1월 아시안컵 베스트 11 구상을 마무리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전반 후반부 이후 페이스가 다소 떨어지는 문제점을 드러냈다"면서 "세트 플레이 수비도 지속해서 불안감을 준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분석했다.
한 위원은 이어 "경기 템포가 좋아지고 점유율 확보, 측면 공격 위력 증가 등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빌드업의 정교함과 세트플레이 수비, 페이스 조절에서는 전반적으로 향상이 필요함을 보여준 경기였다"고 덧붙였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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