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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POP초점]"논란만 지속"…'YG전자'는 왜 '음악의 신'이 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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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YG전자' 포스터 / 사진=넷플릭스 제공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원초적 유머는 발칙한 개그가 될 수도, 아무도 웃지 못하는 불편함이 될 수도 있다.

YG엔터테인먼트와 세계적인 온라인 미디어 그룹 넷플릭스가 손을 잡고 선보였던 ‘YG전자’는 시작 전부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었다. 그간 Mnet에서 ‘UV신드롬’ 시리즈와 ‘음악의 신’ 시리즈, ‘방송의 적’을 연출해오며 B급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신’이라고 불리었던 박준수 PD가 YG로 자리를 옮겨 만드는 첫 예능이었고, YG엔터테인먼트라는 실제 소속사의 논란을 셀프 디스로 돌아보겠다는 점에서 꽤 신선한 시도라는 기대들이 이어졌다. 또한 YG 소속 아티스트들의 화려한 라인업만큼이나, 과연 어떤 아티스트들이 출연해 ‘YG전자’를 빛낼까 역시도 관전 포인트였다.

이에 대해 누군가는 ‘YG전자’를 두고 ‘YG의 보석상자’라고 표현하며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YG의 보석상자’는 연일 논란만 불러일으키고 있는 골치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논란의 희화화, 타국에 대한 무분별한 희화화, 범죄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논란들을 그저 웃음으로서 소비하려고 한다는 평들이 이어졌다. ‘YG전자’의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묻어나올 수밖에 없는 평들이다. 분명, 이전의 ‘음악의 신’은 이러한 평을 받지 않았기 때문. 물론, 당시까지 과거 논란이 식지 않아 있었던 이상민이 자신의 실수에 대한 언급을 희화화하는 데에도 ‘음악의 신’은 큰 비판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B급 유머에 대한 호평들이 이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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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YG전자'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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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YG전자’에 대한 이러한 혹평들은 그저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불만 의견의 표출일 뿐일까. 전혀 아니다. ‘YG전자’와 ‘음악의 신’은 겉이 닮아있다고 하더라도 속은 완전히 다른 유머 코드로 점철되어있었기 때문. ‘음악의 신’에서 발현됐던 ‘셀프 디스’와 ‘YG전자’의 ‘셀프 디스’는 전혀 결이 달랐다. 주인공이 승리로 설정됐을 때부터 ‘셀프 디스’는 이미 어긋나 있었다. 물론, 승리가 과거 자신에 얽힌 스캔들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기는 한다. 하지만 ‘YG전자’는 승리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YG엔터테인먼트 전체의 이야기를 다루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곧 주인공은 YG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양현석 회장이 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YG전자’에서 양현석 회장은 등장하지 않는다. 등장을 하더라도 대역으로 등장할 뿐이다. 그러면서 ‘YG전자’는 그간 YG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논란을 다루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전혀 마약에 대한 논란이 없었던 그룹 WINNER(위너)가 등장해 소변검사를 받고, 모발검사를 받는다. 물론, 이재진 자신이 과거 휴가 미복귀로 인한 탈영으로 영창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로 자신을 셀프디스하기도 하지만 그 이외의 셀프디스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박봄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자신과 관련된 논란은 언급하지 않는다. A에 대한 이야기를 B가 하는 건 그저 풍자일 뿐이지 셀프디스가 아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기반이 되는 유머코드가 여기서부터 무너져 내렸다.

여기에 무분별한 B급 유머 소재들이 가미됐다. 가장 논란이 컸던 것은 성범죄의 희화화, 장애인 비하였다. ‘YG전자’ 후반부, 승리를 이을 새로운 YG의 라이징 스타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술에 취한 투자자가 YG 소속 신인 모델에게 갑작스레 “너랑 몸캠하고 싶어, 나랑 몸캠 하자”라고 소리를 지르는 부분이 등장한다. 엄연히 해당 부분은 ‘몸캠’과 ‘몰래카메라’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사회에서 불편하게 읽힐 수 있는 텍스트다. 더불어 승리가 ‘YG전자’의 직원들과 함께 아이콘의 소속사를 찾는 에피소드에서는 아예 여직원이 아이콘의 매니저를 멤버로 착각해 자고 있는 해당 남성의 하체를 촬영하기도 한다. 젠더 감수성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현 사회에서는 문제가 될 만한 소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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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YG전자'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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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YG전자’에는 또 한 사람이 등장한다. 바로 왜소증을 앓고 있는 장애인이다. 이 인물은 등장 때부터 ‘정원 난쟁이’로 표현되는 정원 요정 장식들이 ‘사무실에 왜 이렇게 많냐’며 이를 부수고 다닌다. 철저히 장애인의 특정 신체적 발달 미숙을 비하하는 유머다. 물론, 이는 해당 장면을 유머로 승화함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내려고 했던 의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문제가 되는 유머들이 점철된 사이에서 이 하나의 요소만 다른 유머 코드와 다르게 읽힐 수 없는 법이다. 여기에다가 ‘YG전자’는 승리와 지누가 중국 힙합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에피소드에서는 여러 지역이 빠진 중국 지도가 등장해 문제가 됐다.

이에 양현석 회장은 자신의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잘못된 내용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수정 및 삭제를 관계자들에게 지시했다. 앞으로는 좀 더 주의하고 각별히 조심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셀프가 되지 못한 셀프디스와 비하를 통한 유머까지. 그렇게 ‘YG전자’는 넷플릭스에게나 YG엔터테인먼트에게나 논란만 되는 골칫거리가 됐다. 시즌1 마지막, 시즌2를 기약하며 엔딩을 맺었던 ‘YG전자’. 확실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는 유머와 ‘셀프 디스’에 대한 철저한 고민 없이는 ‘YG전자’ 시즌2는 팬들에게 외면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이 국내에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닌 글로벌 미디어 그룹과 함께 세계에 소개된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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