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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우승후보에서 7위 전락…‘외화내빈` 롯데의 씁쓸한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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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우승후보의 가을은 초라하게 됐다. 2018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롯데 자이언츠는 우승후보로 꼽혔다. 연봉 총액 1위이라 기대감은 커졌다. 하지만 부산의 가을은 1년 전과 달리 스산하다.

롯데는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8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1-5로 패했다. 최종 성적은 68승2무74패(승률 0.479)로 7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이 시작하기 전, 스토브리그에서 롯데는 화제의 중심이었다. 2004년 입단해 2017시즌까지 롯데 안방을 지켜온 포수 강민호가 FA자격을 얻어 삼성 라이온즈로 떠났다. 롯데는 강민호를 떠나보냈지만, 역시 FA를 취득한 외야수 손아섭을 총액 98억원에 잡았다. 외부 FA 민병헌은 총액 80억원에 잡았다. 여기에 역시 FA를 취득한 내야수 문규현도 잡았고, 채태인은 사인 앤 트레이드 방식으로 영입했다. 대형 계약이 많았던 스토브리그였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FA총액 150억원에 롯데로 돌아온 이대호의 계약까지 있어 연봉 규모가 대폭 상승했다. 10개 구단 중 연봉 총액(105억1800만원)과 평균 연봉(3억8956만원) 1위였다. 멤버는 화려했다. 순식간에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매일경제

롯데 자이언츠 조원우 감독은 올 시즌 유독 고개를 숙인 장면이 많았다. 사진=MK스포츠 DB


하지만 포지션별 교통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민병헌의 영입과 2차 드래프트로 이병규까지 가세하며 외야진은 포화상태가 됐다. 중견수를 보던 전준우가 좌익수로 이동했고, 민병헌이 중견수, 손아섭이 우익수로 주전구도가 형성됐지만, 대주자·대수비 요원으로 활약한 나경민에 결국 2017시즌까지 좌익수로 주로 나오던 김문호가 9월 중순까지 2군에 머물러야 했다.

대신 강민호가 떠난 안방은 휑하게 변했다. 스프링캠프에서 프로 2년차 나종덕과 나원탁의 경쟁 구도가 펼쳐졌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7월부터 팔꿈치 부상에서 돌아온 안중열이 합류하고서야 안방이 안정을 찾았다. 반면 강민호는 롯데 상대로 타율이 0.333(6홈런 19타점)일 정도로 독으로 돌아왔다.

또 2016시즌 후 황재균이 떠난 뒤로 3루는 계속 공석으로 남았다. 스프링캠프에서 기대를 모았던 한동희가 시즌 초반 기회를 받았지만, 잦은 실책에 높은 프로의 벽을 실감해야만 했다. 다만 9월 이후 신데렐라처럼 등장한 전병우의 활약이 그나마 위안이 됐다.

무엇보다 마운드의 몰락이 뼈아팠다.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 3위(4.57)였던 롯데 마운드는 올해 8위(5.37)로 추락했다. 조쉬 린드블럼의 두산 이적과 새로 영입한 펠릭스 듀브론트가 25경기에서 6승 9패 평균자책점 4.92의 성적을 남기고 퇴출된 게 컸다. 린드블럼은 15승 4패 평균자책점 2.88로 리그 최고에이스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승을 거두며 토종에이스로 떠오른 영건 박세웅은 1승5패 평균자책점 9.92로 몰락했다. 개막 무렵 팔꿈치통증을 느끼며 제대로 시즌 준비를 하지 못한 탓이었다.

불펜도 마찬가지였다. 선발이 무너지면서 불펜에 부담이 집중됐다. 여기에 조원우 감독 특유의 믿음의 리더십은 그대로였다. 조 감독은 쓰는 선수만 쓰는 지도자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는 박진형 조정훈 손승락 필승조가 8월 대반격 이후 등판횟수가 늘었다. 지난해 72경기 66⅓이닝을 던진 마당쇠 배장호도 있다. 하지만 박진형은 어깨 부상, 조정훈은 컨디션 난조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배장호도 구위가 떨어지면서 중용되지 못했다. 그 빈자리는 진명호, 구승민, 오현택 등 새로운 얼굴로 자리 잡았다. 2차 드래프트로 합류한 오현택은 올 시즌 72경기로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이 모습을 드러냈다. 60경기 5승4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한 진명호는 5월까지 무려 28경기에 등판했다. 후반기 들어 셋업맨으로 자리잡은 구승민은 막판 5위 경쟁에 불이 붙자 거의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다. 9월부터 열린 33경기 중 18경기에 등판했다. 64경기 출전이지만 이닝수는 73⅔이닝으로 팀 내 불펜진 중 1위다.

주먹구구식 운영은 현장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는 모양새다. 개막 초반 7연패,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이후 8연패에 빠졌지만, 뾰족한 해결책 하나 제시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요행을 바라는 경기 운영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론 스토브리그에서 선수 구성 등 프런트의 책임도 만만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돈만 쓸 줄 알지,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주전 포수를 떠나보내고, 외야진은 포화상태가 되는 엉뚱한 영입전략에 현장에서 준비할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는 옹호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이유 외에도 프런트에 대한 책임이 고조되는 것이 사실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갑자기 1차 스프링캠프지를 미국 애리조나에서 대만으로 교체했다. 2차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까지 이동 문제 때문에 훈련장소를 변경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대만 훈련장 시설이 열악했고, 연습경기를 하지 못한 게 올 시즌 준비부터 꼬였다는 시선이다. 연습경기야 주로 오키나와에서 치르면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지만, 날씨 문제로 오키나와 연습경기가 2~3차례 취소되면서 시즌 초반 롯데가 헤맸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2018시즌 롯데는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1999년 이후 한국시리즈에도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롯데는 올 시즌 실패를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 프런트의 입김이 센 구단으로 꼽히면서도, 제대로 갖춘 시스템 하나 없다. 롯데는 가을야구를 할 수 있는 팀인지 스스로 곱씹어 봐야 한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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