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 및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고용절벽이 8개월 가까이 계속된 가운데, 일자리 비수기인 겨울철이 다가오자 정부가 체험형 인턴 등 공공기관 단기 일자리를 늘려 대응키로 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5개월 미만의 불안정한 일자리로, 전문가들은 재정만 낭비할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부진한 고용지표를 가리려 '일자리 통계 분식(粉飾)'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12일 9월 고용동향 발표 직후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관계부처 정책점검 회의를 열고, 공공기관에서 5000명 내외의 체험형 인턴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절기 신중년·어르신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도 확대키로 했다.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은 채용기간이 1~5개월인 단기 일자리로, 서류 복사나 짐 나르기 등 업무 수준이 단순해 정규직 전환 가능성도 거의 없는 일자리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정부가 이례적으로 단기 일자리 늘리기에 나선 건 그만큼 고용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인식에서다.
9월 취업자 수는 4만5000명 증가하며 '마이너스 고용'은 면했지만, 여전히 취업자 수가 10만명대 안팎인 상태가 8개월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 20만~30만명대는 거뜬했던 취업자 수는 올해 들어 급격히 감소하고, 경제활동인구인 15~64세 고용률은 4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통계청 역시 앞으로도 고용상황이 쉽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날 발표 전부터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체험형 인턴 수요조사에 들어가는 등 준비 작업을 진행해 왔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기재부는 이달 초 공공기관에 체험형 인턴 등 단기 일자리 채용 계획 제출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는 한편 공공기관 간담회를 두 차례 열어 인사 담당을 대상으로 단기 일자리 수요점검을 진행했다. 내주 발표될 일자리 대책에도 이같은 단기 일자리 확대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은 고육지책일 뿐 근본적 대책은 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 일자리인 체험형 인턴을 뽑는 것은 실질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재정 낭비의 가능성도 상당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단기 일자리를 더 늘려 억지로 (취업자 증가) 숫자를 플러스로 보이게 하려는 것은 '통계 분식'에 불과하다"며 "경제에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있는 대로 취업자 숫자가 나와야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